[J-Style] 마리 앙투아네트 영토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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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2채의 농가가 있는 앙투아네트 영토의 전경.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답다. [브레게 제공]

 지난달 28일 찾은 베르사유 궁전은 세계 각국에서 온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그러나 궁전 내 가장 깊숙한 곳에 있는 ‘마리 앙투아네트 영토’는 전혀 다른 곳처럼 보였다.

가족·친구 단위의 관광객이 여유 있게 경치를 즐기고 있었다. 가이드를 대동한 단체 관광객은 거의 보이지 않았다. 간간이 닭울음 소리가 들려오고 꼬마 아이들은 울타리 너머 염소의 등을 쓰다듬었다. 조용하고 평화로웠다.

해마다 수많은 관광객이 베르사유 궁전을 찾지만 그중 10%만이 이곳을 방문한다. ‘마리 앙투아네트 영토’는 그랑 트리아농·프티 트리아농·여왕의 촌락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랑 트리아농은 루이 14세가 연인 맹트농 부인과 밀회를 즐겼던 장소다.

이 영토는 왕궁·주 정원과는 색다른 볼거리를 선사한다. 다소 인위적으로 보일 수 있는 왕궁 쪽 정원과 달리 이곳은 소박함과 자연스러움이 묻어난다.

앙투아네트는 프티 트리아농을 선물 받은 후 정원도 자신의 스타일대로 꾸몄다. 전원생활을 꿈꿨던 그녀는 1783년 실제 촌락과 유사한 촌락을 만들기로 한다.

그녀의 지시로 프티 트리아농 정원 한쪽 끝에 ‘왕비의 집’을 포함한 12채의 농가가 지어졌는데, 그녀는 정말 친한 친구만을 이곳에 불러 망중한을 즐겼다고 한다. 물방앗간·당구실·농장 등으로 이루어진 왕비의 촌락은 어느 방향에서 봐도 아름답다.

앙투아네트는 이 농장에서 소와 말 등을 기르며 가끔은 자신이 직접 우유를 짜며 전원생활을 흉내 내기도 했다.

지금도 이 농장에서는 말·돼지·염소·당나귀·개·닭·오리·토끼 등을 볼 수 있다. 아이들은 울타리 바로 앞에서 동물들을 관찰하고 직접 만져볼 수 있다. 왕비의 촌락으로 가는 길에 있는 연못에도 잉어떼와 청둥오리·백조가 관광객을 즐겁게 맞이한다.

왕비의 영토를 보려면 왕궁 티켓과는 별도로 티켓을 끊어야 한다. 입장료는 성수기(4월~10월) 때는 9유로(18세 이상), 비성수기에는 5유로다. 궁전 입구에서 걸어서 25분 정도 걸린다.

자전거를 대여해 왕비의 영토까지 타고 오거나(영토 안에서는 자전거를 탈 수 없다) 꼬마기차를 타고 그랑 트리아농이나 프티 트리아농에서 내려도 된다.

베르사유=송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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