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산칼럼>등산문화와 음식찌꺼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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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산은 국민의 정서와 건강을 위한 대중적인 휴식공간이다.바쁜 시간중 잠시 짬을 내 산을 찾는 것은 삶에 있어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질식할듯한 도심을 벗어나 재충전을 위해 찾아간 산이 황폐해진다면 사람들의 쉼터는 점점 줄어들 것이다.
산에 오르는 목적이 사람마다 한결같을 수 없다.그러나 공통적으로 자연을 더럽히고 남의 눈살을 찌푸리게 하는 행동을 일삼는산행은 올바르다고 말할 수 없다.
그동안 우리는 산행이라는 핑계로 산을 오염시켜 왔다.결국 입산이 통제되고 휴식년제와 야영금지라는 조치가 생겨나기에 이르렀다.그런데도 일부 몰지각한 등산객은 맑은 공기를 오염시켜 가며계곡에 모여앉아 고기를 굽고 음식찌꺼기를 마구 버리기 일쑤다.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휴가철이 끝난 지금 전국의 유명계곡은 등산객을 포함한 피서객들이 버린 쓰레기로 몸살을 앓고 있다.매년 되풀이되는 일이다.
아름답다는 금수강산이 쓰레기강산으로 변해 가고 있다.정부의 강력한 규제로 한동안 자취를 감췄던 취사행위도 다시 고개를 들고있는 실정이다.
3년전 일본의 『아쿠진(岳人)』이라는 산악잡지에 「한국식 등산의 특징」이란 주제로 우리의 등산행태를 비아냥거린 기사가 사진까지 곁들여 실린 일이 있다.「한국인이 산을 찾는 주된 이유는 계곡에 둘러앉아 고기를 구워 먹고 돌아오는 버 스에서 음주가무를 즐기는 것」이라고 우리의 등산문화 수준을 꼬집어 말했다.무척 자존심 상하는 일이 아닐 수 없다.
아무리 「금강산도 식후경」이라 하지만 남겨서 버릴 정도로 챙겨가지고 다니니 쓰레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을 수 없다.적어도 산에 갈 때는 간소하게 준비하는 습관이 필요하다.끓이지 않고 식사를 해결할 수 있는 식단이라면 더더욱 바람직한 일이다.요즘은 인스턴트식품이 잘 발달돼 있어 행동식뿐 아니라 비상식으로도긴요하게 사용되고 있다.
「중량은 적」이라는 등산속담이 있다.산에서 식사대용의 간편한행동식은 기동력을 높여주는 장점이 있다.
대부분의 행동식은 아이들의 기호품이다.그래서 배낭에 넣어둔 비상식을 아이들이 꺼내 먹는 일도 종종 생긴다.사전점검없이 배낭을 메고 산행을 떠났다가 행동식이 없어 큰 낭패를 당하는 경우가 있다.그러므로 산행전 면밀한 확인이 필요하다 .
비상식을 이야기하자면 산악계의 거목이셨던 K선생이 떠올려 진다.K선생은 알사탕을 배낭안 침낭 속에 넣고 다녔다.아이들이 꺼내 먹을 수도 없거니와 잠을 자러 침낭 속에 들어가다 발에 걸려 찾은 한알의 사탕은 산행의 피로를 가시게 해 주는 청량제역할을 했다.
이용대 산악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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