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억울한 O-15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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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요새 일본 사람에게 고기반찬을 못먹게 하고 있는 공포의 O-157은 정확하게는 「에셰리키아 콜리 O-157 변종」이다.금세기초 독일인 의사 T 에셰리크가 발견했기에 이렇게 이름이 붙은 이 박테리아는 보통 줄여서 E-콜리라고 한다.
E-콜리는 모든 척추동물의 대장에 서식한다.사람의 대장에는 수십억마리가 살고 있다.대장에 서식하는 박테리아는 E-콜리만이아니다.그리고 E-콜리 가운데는 수많은 변종이 있다.대부분의 변종은 주인이 먹은 음식의 소화된 찌꺼기를 먹고 사는 그저 착하기만한 미생물이다.
병원성(病原性) 변종은 썩 드문데 O-157 변종은 그 가운데 하나다.그런데 지난 22일자 중앙일보에는 부산보건환경연구원차인호(車仁鎬)연구원이 최근 발표한 한 논문에서 흥미로운 사실을 밝혔다는 기사가 실렸다.O-157 식중독은 이 병원균 자체에 까닭이 있는 것이 아니라 실은 이 균을 잡아먹는 박테리오파지(bacteriophage)가 가진 베로톡신이라는 독성물질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테리오파지란 「박테리아를 먹는 놈」이라는 뜻을 가진 바이러스다.그림에서 보는 것 같이 달착륙선 모양을 하고 있는 이 바이러스는 크기가 2백나노(1㎜의 1만분의 2)에 지나지 않는다. 잡아먹히는 E-콜리 쪽은 이것에 비교하면 오히려 그 크기가10배나 된다.그럼에도 불구하고 한번 박테리오파지가 그 세포막에 붙기만 하면 순식간에 E-콜리는 죽으면서 수백마리의 박테리오파지 바이러스로 돌변한다.
O-157의 독성은 이 순식간의 피살(被殺)과정에서 살해자의몸으로부터 주입됨으로써 생긴다는 사실을 車씨가 밝힌 것이다.
자체적 생식기능도 없고 세포형태를 갖추는데조차 이르지 못했기때문에 생물이라고도 부를 수 없는,그리고 크기도 자신의 10분의 1에 불과한 바이러스한테 잡혀 죽는 것도 억울한데 인간에게집단 식중독을 일으키는 병원균(病原菌)이란 누 명까지 쓰고 만E-콜리 O-157 변종에게 심정이란 것이 있다면 그것은 얼마나 억울한 빛깔일까.
한 민족의 정치적 대장 속에도 여러가지 박테리아가 살고 있을것이다.한총련(韓總聯)과 김일성(金日成)유일사상도 O-157과박테리오파지 관계로 설명됨 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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