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지역 조기축구회 사이 한정된 학교운동장 차지 경쟁치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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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운동장을 확보하라.』 2002년 월드컵 개최로 동네마다 축구붐이 일면서 부산지역 조기축구회 사이에 한정된 학교 운동장을서로 차지하려는 경쟁이 치열하다.부산진구초읍동 수원지 조기축구회.결성된지 3개월이 지났지만 아직 고정으로 확보해 놓은 운동장이 없다 .그래서 평일에는 공을 찰 엄두도 내지 못한다.
일요일에만 대공원 조기회(초읍동)가 차지하고 있는 부산진고 운동장에서 눈치봐가며 함께 운동하고 있다.일종의 「운동장 구걸」인 셈이다.이마저도 대공원 조기회가 다른 팀과 시합이 있는 날에는 또다른 장소를 찾아 헤매는 떠돌이 신세다.
현재 초읍동 1개동에서만 활동중인 조기회는 4팀.그러나 초읍동에 있는 학교 네곳중 축구 골문과 정규 시합장이 나오는 운동장을 갖춘 학교는 부산진고.초읍초등학교뿐이다.초읍여중.초읍중은운동장이 좁은데다 골문도 없다.더욱이 여중.여고 는 「여학생들의 생활에 불편이 많다」는 이유로 운동장을 잘 빌려주지 않는다. 제대로 된 운동장에서 공을 차기가 그 만큼 어려운 것이다.
이같은 여건속에 활동하는 조기회가 부산시내 전체로는 3백80여개팀(회원 2만여명)에 달한다.이중 70개팀 이상은 운동장을구하지 못해 여기저기 옮겨 다닌다는 것이 조기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생활체육 부산시축구연합회 김태환(金泰煥.48)이사는 『동네마다 축구 붐이 불어 올해내 30개팀 이상이 생길 전망이나 운동장이 모자라 애먹고 있다』고 말했다.
조기회가 학교측에 내는 운동장 사용료는 연간 1백50만원선.
그것도 매년 새해초 학교측과 1년 단위로 계약해야 한다.
그래서 내년에는 기필코 「운동장 없는 설움」을 벗어나려는 물밑 경쟁이 벌써부터 치열하다.『사용료를 더 올려주겠다』고 제의하는가 하면 학교측에 잘 통하는 인맥을 동원하기도 한다는 것이다. 이뿐 아니다.운동장을 빼앗기지 않으려면 학교에서 운영하는운동부 시합이 있을 때마다 격려금이나 유니폼을 선물해야 한다.
운동장 관리도 조기회 몫이다.일부 조기회에선 1년에 한번쯤 운동장에 마사도 깔아주고 있는 실정이다.조기회 관계자 들은 『이미 학교 운동장을 확보한 팀과 새로 확보하려는 팀간에 경쟁이 심하다』며 『돈들이지 않고 할수 있는 가장 대중적인 운동마저 맘대로 할수 없어서야 되겠느냐』고 불만을 털어놓았다.
부산〓정용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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