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턴 담배 '중독성 약물'규정 속뜻-미국 대통령선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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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담배를 마약류로 규정하기로 결정한 것은청소년 흡연층의 확산을 더이상 방치할 수 없다는 순수한 의지도담고 있지만 무엇보다 오는 11월 대선을 겨냥한 정치적 승부수란 해석이 우세하다.
건강과 자녀교육 문제에 관심이 높은 유권자들을 일거에 끌어들이면서 공화당의 자금줄인 담배회사들에 타격을 가할 수 있는 일거양득의 카드라는 해석이다.
클린턴의 담배 규제는 사실 충분히 예견됐던 일이다.
클린턴은 지난해 이미 담배광고 규제,담배자판기 판매금지,담배회사들의 10대 금연교육비 1억5천만달러 출연등의 내용을 담은담배규제방안을 내놓은 바 있다.따라서 이번 규제법안의 내용은 사실상 새로운 것이 별로 없다.
이에 따라 관심을 끌던 부분은 담배를 마약류로 「포장」해 공식발표함으로써 국민의 박수를 받을 시점을 언제로 할 것인가 하는 점이었다.클린턴은 그 시점을 민주당 대통령후보 선출을 위한전당대회(26~29일) 직전인 23일로 잡은 것 이다.「클린턴타바코 플랜」으로 불리는 이번 담배규제안의 발표시기에 대해 민주당 안에서조차 전당대회가 코앞에 닥친 상황에서 발표하는 것은정치적 속셈을 너무 뻔히 드러내보이는 것이라 정책의 순수성을 손상시킨다는 소리가 나올 정도다.
그러나 클린턴은 최근 공화당 전당대회를 계기로 봅 도울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무서운 기세로 지지도 격차를 좁혀오자 그의 「담배카드」를 유효적절하게 쓰기로 결정한 것이다.
이와 함께 클린턴은 마약단속기관 감축등을 이유로 그동안 도울로부터 『마약대책에 소홀하다』는 비난을 들어오던중 담배를 규제함으로써 마약에도 엄격했다는 이미지를 나타내려는 계산도 한 것으로 보인다.특히 도울이 지난달 『담배는 중독성이 없다』는 발언을 했다가 공화당과 담배회사의 연계에 관한 수많은 구설수를 불러일으켰던 것도 클린턴이 「담배카드」를 사용하는데 유리하게 작용했다.실제로 지난해 공화.민주 양당에 대한 기업의 정치헌금1,2위를 담배회사가 차지했고 그중 80%가 공화당으로 간 것도 공화당과 담배회사의 유착의혹을 불러일으켰다.
아무튼 이번 담배 규제로 클린턴은 유권자들의 갈채를 받으며 지지도를 올리는 한편 라이벌인 도울후보가 담배회사들로부터 정치자금을 받아왔다는 점을 부각해 그의 지지도를 떨어뜨리는 전과를얻게 될 전망이다.한편 미국의 담배회사와 광고회 사들은 공화당의 측면지원 아래 벌써부터 이번 결정의 철회를 강력히 요구하고있다. 담배회사가 밀집한 노스캐롤라이나주의 제시 헬름스 상원의원(공화)은 『담배산업에 종사하는 7만6천명의 생존을 위협하는처사』라고 반발했고,미 담배연구소의 브레넌 도슨 대변인은 『이번 결정은 분명 불법이고 효과가 없는 조치』라며 법적 대응을 강구하겠다고 밝혔다.담배를 마약으로 규정했다는 소식이 전해진 21일 오후(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는 담배회사들의 주가가 즉각4% 이상 떨어졌으며 하락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워싱턴=김용일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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