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수대>담배.마약.선거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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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상승세를 타고 있는 봅 도울 미 공화당 대통령후보가 NBC 아침 매거진 쇼 「투데이」에 출연했다가 때아닌 담배논쟁에 휘말렸다.인터뷰 진행자 케이티 쿠릭은 도울 후보가 니코틴중독에 대해 어째서 회의적이냐,레이건 시절 위생국장을 지낸 에버렛 쿠퍼마저 당신을 비난한데 대해 어떻게 생각하느냐고 물었다.화가난 도울은 쿠퍼를 『넋나간 사람』이라고 비난해버렸다.결과적으로 그는 담배 예찬론자가 돼버렸다.
도울은 변호사시절까진 줄담배를 피웠지만 82년 금연후 입에 담배를 문 적은 없다.그렇지만 그는 자발적이고 제한된 흡연규제는 찬성하지만 정부가 개인의 책임과 자율을 대신할 수는 없다는입장이다.
이에 비해 클린턴 진영은 담배에 관한한 확실한 입장이다.이미지난해 흡연규제법에 서명을 해 미국내 4개주 1백개 도시가 공공장소에서 금연을 실시중이다.뉴욕시의 경우 35석이상 식당에서누구도 담배를 피울 수 없고 개인사무실에서도 3인이상이 모이면전원동의를 해도 담배에 불을 붙일 수 없다.클린턴의 입장은 부모들이 자식에 대한 의무를 다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는 것이다.
정치헌금과 담배에 관한 정당간 입장도 무관치는 않다.양당에 정치헌금을 하는 10대 거대기업 리스트엔 담배회사가 3개나 들어있다.필립모리스사는 지난 4년간 2백70만달러의 헌금을 내놓았다.그중 2백30만달러가 공화당 도울후보쪽이고 민주당엔 고작40만달러다.대부분 담배회사가 압도적으로 공화당 정치자금을 대고 있으니 도울후보의 금연에 관한 소극적 자세도 이해는 할만하다. 클린턴대통령은 오늘자로 담배를 마약류로 선언하는 「클린턴타바코 플랜」을 민주당전당대회에 임박해서 발표할 예정이다.CNN의 담배규제보도가 나가자마자 뉴욕 증시의 담배회사주식이 4%하락했다.이 선언이 나오면 담배자판기 금지.광고규 제는 물론 금연교육비 1억5천만달러 출연에 13개주가 요구한 엄청난 손해배상까지 담배회사는 물어야 한다.
금연이 선거전에 중요 변수로 자리잡는 시대다.그러나 세계 5위의 흡연양을 자랑하는 우리 담배업계는 아직도 정부가 시장을 주도하고 있고,미국담배의 한국진출은 해마다 늘고 있는 「담배 요순(堯舜)시대」를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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