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북지원 체계적으로] 2. "밀 등 수입농산물 北서 계약재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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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북 농업협력은 우리 농업과 관련 산업에도 도움이 된다."

남성욱(고려대 북한학과)교수는 ▶대북 쌀 지원▶남북 계약재배▶농자재 지원을 통한 우리의 농업 관련 산업 보호 등이 남북 윈-윈(win-win)의 길이라고 강조한다.

농림부에 따르면 우리의 쌀 재고량은 현재 763만섬(110만t)이고, 보관비용은 연간 3400억원에 달한다. 북한에 쌀을 주는 만큼 재고가 줄어 보관비용이 절감된다. 유엔이 권장하는 적정 재고량은 600만섬 정도다.

대북 쌀 지원은 재고 쌀을 주정(술 원료 알코올)용이나 사료용으로 돌리는 것보다 이익이다. 100만섬(14만3000t)을 북한에 차관 형식으로 지원할 경우 정부가 보는 손실은 2500억원가량이다. 국내 쌀 수매가와 차관 계약 때 적용하는 국제 시세의 차액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다. 그러나 같은 양의 쌀을 주정용, 혹은 사료용으로 팔면 국제 시세보다 더 싼 값밖에 받을 수 없어 각각 2600억원, 2660억원으로 손실이 늘어나게 된다.

남북 계약재배는 밀.옥수수.콩.보리 등 남측이 거의 수입에 의존하는 곡물을 북한에서 생산토록 하는 방식이다. 종자와 비료.농약 등 농자재를 지원하고 그 대가로 이들 곡물을 받아온다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유전자 변형 논란이 있는 미국산 곡물이나 품질이 낮은 중국산보다 좋은 호응을 얻을 수 있어 수입대체 효과를 거둘 수 있다고 南교수는 주장했다. 현재 남한에선 농업 규모가 축소되고 있어 비료.농약.농기계 등 농자재들이 공급과잉 상태에 있다. 따라서 이런 농자재를 북한에 지원함으로써 관련 산업의 쇠퇴를 막을 수 있다.

예컨대 비료의 경우 국내 생산 능력은 연간 450만t. 이 중 국내에서 소비되는 양이 270만t이고, 120만t은 수출되고 있다. 따라서 60만t이 공급 과잉이다. 비료공장은 가동률이 떨어지는 데 반비례해 생산단가가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지는 특성이 있어 재고가 쌓여도 생산량을 줄이기가 어렵다. 실제로 남해화학의 경우 지난해 13만2000t의 비료를 북한에 지원(지난해 대북 총 비료 지원은 30만t)함으로써 생산능력 136만t의 설비를 완전 가동해 과잉 생산의 위기를 넘길 수 있었다.

◇특별취재팀=통일문화연구소 이동현 전문위원, 정창현.고수석.정용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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