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年컴퓨터탐험기>장상헌 치과의원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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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서울 구(舊)반포 경남쇼핑 4층 장상헌치과의원.보기만해도 으스스한 치료설비등 진료실풍경은 다른 치과와 차이가 없지만 유독눈에 띄는 방이 하나 있다.진료실 안쪽에 자리잡은 상담실.상담테이블을 빙 둘러싼 3대의 개인용컴퓨터(PC) 와 2대의 프린터가 이곳의 주인 장상헌(張相憲.56)박사의 개인적 취향을 한눈에 보여준다.
『컴퓨터 그것 별로 어렵지 않더라구요.한번 해보겠다는 의지만있으면 쉽게 배울 수 있습니다.』 張박사와 PC의 만남은 7년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기간으로 따지자면 초보를 뛰어넘을 시간이지만 그동안은 치아교정을 위한 진단프로그램을 기계적으로 쓰는데 불과한 수준으로 겨우 컴퓨터를 켜고 프로그램을 구동시키는 것만이 전부였던 셈이 다.
『컴퓨터를 활용해야겠다고 생각은 했지만 나이를 먹을수록 시간내기가 어렵더군요.』 하지만 지난 4월 그에게 컴퓨터를 배울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뉴질랜드 이민을 앞둔 동료 치과의사가 『친구들과 마지막으로 우정을 나누겠다』며 컴퓨터교육을 자청하고나선 것.
그는 독학으로 PC를 전문적으로 다룰 수준에 올라 그 나이 친구들로부터 별종(?)이라는 소리를 듣던 터였다.
『아무래도 환자들에게 좋은 기술을 제공하고 관리를 제대로 하기 위해서는 컴퓨터활용이 필요하다고 생각하던 차에 열심히 매달렸습니다.』 주 2회 하루 2시간씩 교육받고 진료가 끝난 뒤 혼자 몰두하기를 2개월이 지난 뒤 張박사는 큰 결심을 했다.바로 PC 조립.
『실제로 조립해봐야 PC구조를 제대로 익힐 것같다』는 열정의결과였다.용산 전자상가를 하루종일 돌아다녀 부품을 구하고 6월의 한 휴일 대망의 조립작업을 시작했다.
1.27기가바이트(GB)하드디스크.16메가바이트(MB)메모리.8배속CD롬.펜티엄 1백33㎒중앙연산처리장치.1만4천4백bps(초당 비트전송속도)….6시간 땀흘린 결과는 어디 내놓아도 뒤지지 않는 성능의 펜티엄PC 탄생.
『PC를 몰라도 진료하는데는 문제가 없지만 찾아오는 환자들에게 편리를 주고 좀 더 나은 진료를 하기 위해서는 하나라도 더배워 활용해야 되지 않겠습니까.』 곧 인터네트를 배워 외국의 최신 치의학 정보도 쉽게 찾아보고 환자들에게 서비스하고 싶다는중년 치과의사의 철저한 직업의식이다.
김종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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