값은 ‘서민적’, 영양은 ‘부르주아’ 생선, 꽁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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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이 참 별나다. 꽁치. 아가미 근처에 침을 맞은 듯한 구멍이 있어 ‘빌 공(空)’자에 물고기를 뜻하는 치를 붙인 ‘공치’가 원래 이름인데, 이것이 된소리로 발음돼 꽁치가 됐다는 설이 유력하다. 애연가로 유명한 시인 공초(空超) 오상순 선생이 ‘꽁초’라고 불렸듯이.

“서리가 내려야 꽁치가 제 맛이 난다”는 옛말이 있다. 참으로 정확한 표현이다. 꽁치는 기름기(지방)가 자르르 흘러야 제 맛인데, 가을 꽁치의 지방 함량(20%)이 여름(10% 내외)이나 겨울(5∼10%)보다 훨씬 높은 것이다.

꽁치는 가격이 싸 흔히 ‘서민의 생선’으로 통한다. 그러나 영양까지 ‘저렴’한 것은 아니다. 양질의 단백질이 풍부하다(약 20%). 단백질의 질을 나타내는 지표인 단백가가 만점(100)에 가깝다.

꽁치는 고등어ㆍ정어리ㆍ전갱이와 함께 ‘등 푸른 생선 4총사’로 통한다. 등 푸른 생선은 대개 붉은 살 생선이다. 서양에선 ‘기름 생선(oily fish)’이라고 한다. 지방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알다시피 이 등 푸른 생선류의 지방은 대부분 혈관 건강에 유익한 불포화 지방이다. 특히 우리 국민에게 가장 결핍되기 쉬운 DHAㆍEPA 등 오메가 3 지방이 풍부하다. DHA는 두뇌활동을 활발하게 하며 EPA는 혈전(피떡)을 방지하고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춰 동맥경화ㆍ심장병ㆍ뇌졸중 등 혈관질환 예방에 유효하다.

꽁치는 또 비타민 AㆍB12ㆍD 등 비타민과 칼슘ㆍ철분 등 미네랄이 풍부한 생선이다. 그래서 눈의 피로(비타민 A)나 빈혈(비타민 B12와 철분), 골다공증 등 뼈 건강(비타민 D와 칼슘)을 우려하는 사람에게 적극 추천할 만하다. 특히 빈혈이 있는 여성은 꽁치의 배 언저리 부위를 양보해선 안 된다.

갓 잡은 신선한 꽁치는 회로도 먹는다. 또 꽁치 소금구이를 즐길 때는 레몬즙이나 무즙을 미리 뿌리는 것이 좋다. 비린내가 말끔히 가시고 레몬즙에 든 비타민 C가 검게 그을린 부위에서 발암성 물질이 생기지 않도록 해준다. 소화력이 떨어지는 사람은 무즙을 곁들여 먹으면 좋다. 무에는 아밀라제라는 소화효소가 들어 있기 때문이다.

고혈압 환자에겐 미역을 넣은 꽁치 조림을 권한다. 미역에 든 칼륨이 체내의 나트륨(고혈압의 원인 중 하나)을 배출시키고 꽁치의 단백질이 혈관을 튼튼하게 해준다. 내장을 꺼리는 사람도 설탕ㆍ간장을 넣어 조리면 맛있게 먹을 수 있다.
동해안(포항 구룡포가 유명)의 겨울철 명물 과메기도 꽁치로 만든다. 꽁치를 짚으로 엮은 뒤 겨울 바닷가 덕장에 매달아 찬 바람에 꽁꽁 얼렸다 녹였다를 반복해 존득존득하게 말린 것이 과메기다.

속살이 곶감처럼 불그스레한 과메기는 술안주로 그만이다. 숙취 해소에 효과적인 아스파라긴산(아미노산의 일종, 콩나물ㆍ아스파라거스에도 함유)이 풍부해서다. 게다가 꽁치와 달리 비린내가 나지 않는다.

예부터 과메기는 생미역이나 김에 싼 뒤 실파ㆍ마늘 등과 함께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다. 이는 오묘한 맛은 물론 웰빙 측면으로 봐도 환상의 커플이다. 혈액 순환에 좋은 오메가 3 지방(과메기), 유해 산소를 없애는 항산화 물질(파ㆍ양파ㆍ마늘 등), 변비ㆍ비만 예방을 돕는 알긴산(식이섬유의 일종, 김ㆍ미역ㆍ다시마 등)을 한꺼번에 섭취할 수 있기 때문이다.

꽁치는 입 끝과 꼬리가 노란색을 띤 것이 지방이 많아 더 맛있다. 아가미가 뾰족하고 오렌지색인 것이 수컷, 아가미가 둥그스름하고 올리브색이나 엷은 녹색인 것이 암컷인데 맛은 수컷보다 암컷이 좋다.

박태균 식품의약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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