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3회 삼성화재배 세계바둑오픈] 두려움의 땅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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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본선 32강전>
○·구 리 9단(중국)  ●·진시영 3단(한국)

 ◆제11보(134∼153)=처음 좌하에서 벌어진 첫 전투는 백이 실리를 취했으나 좌상의 두 번째 전투와 우상 일대의 세 번째 전투에선 흑이 잇따라 집을 차지했다. 대략 계가를 해보자.

▶흑=좌상 37집. 우상 29집. 우하 10집. 좌하 3집. 합계 79집.

▶백=좌하 21집. 우변 7집. 덤 6집 반. 그리고 몇 집인지 알 수 없는 중앙.

그렇다. 승부는 중앙에 달렸다. 중앙은 흑 석 점을 잡고 있는 데다 매우 두터워 기본으로 20집은 나 있다. 그러나 그걸로는 어림도 없다. 35집은 나야 계가가 된다. 아직 시간이 넉넉한 구리 9단은 144까지 위쪽부터 틀어막은 뒤 장고에 접어든다. 그러나 중앙은 어디에 못질을 해야 할지 막막하다. 답은 아마도 신만이 알 것이다.

구리는 예상을 뛰어넘어 146, 148로 파고들었는데 실로 역발상의 강렬한 수법이 아닐 수 없다. 살려주면 산다. 잡으러 오면 그걸 사석으로 하여 중앙 건설의 단초를 잡는다!

검토실의 박영훈 9단은 ‘참고도’처럼 쉽게 두어 흑이 좋은 흐름이라고 한다. 하나 이미 피를 볼대로 봤고 호흡도 전투적으로 뜨겁게 달아오른 진시영 3단은 그렇게 물러설 수 없었다. 그는 149로 즉시 잡으러 갔고 구리는 150으로 끊어 맞선다. 153까지 흑은 귀를 지켜냈으나 백A가 선수. 중앙은 소리없이 깊어졌고 안개 자욱한 두려움의 땅으로 변하기 시작했다.

박치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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