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디오대여점 테이프도난 비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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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방학을 맞아 청소년에게 대여가 금지된 성인물을 중.고생들이 비디오가게에서 훔쳐보는 경우가 많아 부모들의 주의가 요망된다.
서울서초구방배2동의 비디오점 「영화클럽」은 지난 겨울및 올 여름방학기간중 약 1백개의 성인용 에로물 테이프를 도난당했는데범인의 대부분이 중학교와 고등학교 1,2학년 남학생들이었으며 초등학교 고학년 남학생도 끼어 있었다고 밝혔다.
또다른 방배동의 모대여점 역시 같은 기간 1백여개의 테이프를도난당했다.역시 중.고 남학생이 대부분인 범인 중에는 무려 50여개를 훔친 중독자(?)도 있었다.방학기간중 청소년들에 의한성인물 테이프 도난은 전국 2만5천여 비디오가게 가 공통적으로겪는 현상일 것으로 추정되고 있는데 업소중 약 10%는 CCTV나 센서등을 설치해 도난을 막고 있다.
그러나 영세업소는 일손 부족으로 도난방지가 어려운데다 동네장사의 특성상 범인을 잡더라도 경찰에 넘기지 않고 부모에게 인계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이를 악용한 학생들의 범행은 막기 어려운 실정이다.
업주들에 따르면 학생들은 성인물이 꽂혀 있는 선반 주변을 어슬렁거리다 주인이 다른 손님을 맞는 틈을 타 괴춤에 테이프를 숨겨 나가는 방식으로 절도행위를 저지르고 있다는 것.
학생들의 표적이 되는 테이프는 『젖소부인 바람났네』등 최신 인기 에로물이 주종.가끔 『너에게 나를 보낸다』등 에로틱한 묘사가 화제가 된 작품성 있는 영화들도 도난대상이 되고 있다고 업주들은 전했다.
범행을 저지른 학생 대부분은 단순한 호기심 차원에서 대여가 금지된 성인물을 훔쳐가 보는 수준.그러나 「영화클럽」이 붙잡은범인 중에는 후배나 동네 어린이를 시켜 테이프를 훔쳐오게 한 뒤 3천원씩 받고 친구들에게 팔아온 고교 1년생 도 있어 극히일부지만 전문범(?)도 존재하는 것으로 밝혀졌다.문제는 도난학생을 붙잡은 업주들이 부모에게 연락하면 부모들은 『우리 아들이그럴리 없다』만 반복하다가 CCTV 화면등 증거를 보여준 뒤에야 진상을 깨닫는다는 점.
업주들은 『비디오에 관한한 부모는 자녀에 대해 장님이나 마찬가지』라며 『자녀의 비디오 시청에 부모의 관심과 지도가 절실하다』고 지적했다.
비디오 전문가들은 미국처럼 비디오가게 구석에 성인물 전용공간설치를 의무화해 청소년의 성인물 접근을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그러나 이들은 『제도 이전에 성에 대한 청소년의 왕성한 호기심을 긍정적으로 해소.승화시키는 비디 오 문화가 선행돼야 한다.단순히 「보지 말라」는 것은 실효가 없다』고 지적한다.
강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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