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 영재’ 송영훈군, SCI급 학술지에 논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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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영훈군이 러시아 모스크바 화학영재학교에서 젤린스키 유기화학연구소 연구원의 지도를 받으면서 현지 학생과 공동연구를 하고 있다. [한국과학영재학교 제공]

 부산에 있는 한국과학영재학교 2학년 송영훈(17)군은 지난해 7월과 올 2월 러시아를 찾았다. 그때마다 2~3주씩 모스크바 화학영재학교에 머무르면서 그 학교에 다니는 미하일 코즐로프(16)와 함께 화학 실험에 몰두했다. 모스크바 젤린스키 유기화학연구소 연구원 알렉산데르 딜만의 지도도 받았다. 학기 중에는 메일을 주고 받으며 연구 내용을 공유했다.

이런 노력이 최근 결실을 맺었다. 이들이 쓴 ‘이민 염의 친핵성 플로로알킬화 반응’이라는 논문이 SCI급 해외 저명 화학 학술지인 ‘테트라헤드론 레터스(Tetrahedron Letters)’에 실렸기 때문이다. SCI급 학술지란 권위 있는 ‘과학인용색인(Science Citation Index)’이 수준을 인정한 6400여 종의 세계적인 과학·기술 전문지를 말한다. 주로 영어로 논문을 싣는다. 고교생이, 그것도 외국 연구자와 공동연구로 SCI급 학술지에 논문을 싣는 것은 드문 일이다.

송군을 지도한 오진호 교사(카이스트 교수로 이 학교에 파견)는 “신약 개발에 유용한 새로운 물질 합성 방법에 대한 연구 논문”이라며 “대학 교수도 쉽지 않은 국제 공동연구로 성과를 이뤘다는 점에서도 의미가 있다”라고 말했다. 송군은 “학교(한국과학영재학교)가 기회를 준 덕분”이라며 “혼자서는 절대 못했을 것”이라고 겸손해 했다.

송군은 지난해 7월 연구를 시작했다. 당시 한국과학영재학교가 모스크바 화학영재학교와 처음으로 시작한 학생 공동연구팀 3개 중 하나였다. 평소 화학을 좋아하던 송군이지만 연구가 쉽지는 않았다고 한다. 외국에서 살다 온 경험이 없는데 어려운 화학 개념을 영어로 이야기하려니 어려움이 컸다. 평소 책은 많이 봤지만 실제 실험은 익숙하지 않았다.

하지만 코즐로프에게 자극을 많이 받았다. “미샤(미하일의 애칭)는 화학을 위해 태어난 것 같더라고요. 러시아는 영재교육이 발달해 어린 나이 때부터 연구를 할 수 있었대요. 고교생이 SCI급 논문을 내는 일도 꽤 있다고 하니 부럽더군요.”

송군은 더 실험에 매진했다. 아침 9시부터 저녁 8시까지 실험하는 날도 잦았다. 지난해 12월 코즐로프가 한국에 왔을 때는 논문 방향과 게재할 학술지를 논의했다. 논문 작성시에도 실험 결과와 표 정리, 반응식 그리기 등을 직접 맡았다. 그 결과 논문의 3번째 저자로 이름을 올릴 수 있었다.

앞으로도 송군의 화학 연구는 계속될 것 같다. 과학자가 꿈이기 때문이다. “이번 경험이 앞으로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 처음엔 어떻게 외국인과 연구하나 했는데 자신감이 생겼어요. 영어 공부의 필요성도 느꼈고요.”

화학을 싫어하는 또래 친구들을 위한 조언도 부탁해봤다. “화학은 실생활과 밀접한 관계가 있어요. 라면을 끓일 때도 스프를 먼저 넣고 나중에 면을 넣어보세요. 더 높은 온도에서 끓게 되니 면발이 더 잘 익어요. 사실 화학처럼 재미있는 게 없다는 생각이 들어요.”

백일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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