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술길잡이>63.이화여대가 공개한 모의논술시험 점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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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1면

97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은 대학별로 10% 전후 반영되지만 실제 당락에 미치는 영향은 20~35%에 이르는등 매우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런만큼 각 대학들도 모의 논술논제를 출제해 발표하는등 논술시험에 대비하고 있다.이들 모의 논제들은 본고사의 전체적 방향을 제시하는 것이어서 해당학교를 지원할 학생들은 필히 분석.점검해보는 것이 필요하다.
최근에 발표된 모의 논술시험중에 가장 눈에 띄는 논제는 이화여대(본지 8월1일자 21면 참조)의 경우다.생명의 근원으로서의 「모성(母性)」에 대해 긍정적 입장과 비판적 입장 두개의 글을 제시하고 공통점과 차이점을 분석할 것을 요구 하는 공통논제와 인간의 이기심이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해 조화를 이룰 수 있기 때문에 도덕과 윤리가 필요하지 않다는 글에 대한 비판을 요구한 인문계 논제도 매우 훌륭한 것이었다.
그러나 무엇보다 자연계 논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형식으로 출제된 매우 좋은 논제여서 꼭 이 대학을 지원하는 학생이 아니라 하더라도 한번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지금까지는 주로 두개 정도의 지문을 제시하고 요약.비교.논술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이와는 달리 이 논제는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정책적 개입이 필요한가를 둘러싸고 서로 다른 두 입장을 담은 5개의 지문과 각 입장을 정당화하는데 필요한 관련 지식 8개의 지문을 제시하고 이를 활용해 자신의 입장을 개진하라는 것이었다.따라서 이 논제를 답하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은많은 지문들이 어떤 입장의 글이며 어떤 입장을 지지하는데 필요한 자료들인가를 판단하는 일이다.
교통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강제적 행정조치가 필요한가 여부를 둘러싼 지문 5개를 분석하는 것은 그렇게 어렵진 않다.가장 핵심적이면서도 어려운 점은 현대 과학의 여러 이론들을 담은 지문8개를 제시하고 이것을 활용할 것을 요구하고 있 다는 것이다.
제2열역학의 「엔트로피 증가의 법칙」,자연도태설,질량보존의 법칙,혼돈 및 카오스 이론등이 대표적이다.
이런 지식을 안다고 해서 이 논제에 대한 답안을 완전히 작성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이런 지식을 완전히 녹여 교통문제 해결에 강제적인 정책의 필요성 여부와 연결시킬 수 있어야 한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히 주어진 지문의 부분 부분을 떼어 나열하는식의 답안은 결코 좋은 점수를 얻을 수 없다.
따라서 단순히 지식을 얻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다양한 지식을종합해낼 수 있는 훈련이 필요하다.
김창호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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