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름 없어 구호품 트럭 신의주에 발 묶여"

중앙일보

입력

"기름이 없어 창고에 쌓인 구호물자들을 용천으로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고 있습니다."

북한 신의주와 중국 단동(丹東) 간 물자 교류를 담당하는 북한의 한 무역상은 2일 신의주로 옮겨진 구호물자들이 차량용 기름이 모자라 북한 용천으로 공급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또 남한과 세계 각국의 구호 단체들이 보낸 구호 물품이 속속 전달되는 가운데 용천지역에서 가장 시급한 지원 품목이 현지 사정에 따라 변하고 있다.

북측 용천군피해복구지휘부 관계자들이 단둥에 나와 있는 민간 단체들에 가장 먼저 요청했던 품목은 모포. 폐허 속에서 일단 추위를 견뎌내는 문제가 시급했음을 보여준다. 지난달 28일까지 북측의 지원 호소는 식량과 취사 도구 등에 집중됐다. 육로로 신속히 물품을 보급받을 수 있는 단둥 지역에서 일단 먹는 문제를 해결하려 한 것이다.

29일에는 대량의 의약품 지원 요청이 한국의 지원단체 JTS 등에 접수됐다. 특히 북측이 원하는 의약품은 효력이 센 진통제와 항생제 등이었다.

30일이 되면서 북측은 기름의 공급이 다급하다고 알려왔다. 중국에서 들어간 트럭으로 신의주에 구호물자를 내려놓았으나 신의주에서 용천으로 이를 옮기는 데 상당한 어려움이 있다는 것이다. 한편 지난 1일 노동절 연휴가 시작되면서 현지 물자조달이 어려워진 데다 2일부터 중국 세관의 휴무로 북한 국경 통관이 중단돼 구호단체들이 물품을 보내지 못하고 있다. 4~5일에야 통관이 재개될 것으로 보인다.
단둥=임장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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