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일본 '탯줄 혈액' 싸움 한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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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미국과 일본의 의학.의료업체간에 때아닌 「탯줄싸움」이 벌어졌다. 미국 기업이 탯줄과 태반에 남아있는 혈액을 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일본특허청에 특허를 출원하자 일본 의학계가 『특허를내주면 안된다』고 들고 일어난 것이다.
7일자 아사히(朝日)신문에 따르면 일본 혈액학회등 일본 의학관련단체들은 미국 뉴욕의 생명공학업체 비오사이트사가 제출한 제대혈(臍帶血) 관련 특허를 인정하지 말라고 일본 정부에 촉구하는 내용의 성명서를 준비중이다.
비오사이트사는 탯줄과 태반의 피(제대혈)를 냉동보존해 치료에활용하는 방법을 개발해 지난 93년 미국에서 특허를 따낸 것을시작으로 올 5월에는 유럽 11개국에서도 특허를 인정받았다.
제대혈에는 백혈구.적혈구등으로 분화되기 이전 단계인 조혈모세포(造血母細胞)가 듬뿍 함유돼 있어 백혈병이나 유전자 치료에 이용될 전망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일본 의학계는 특허 인정에 반대하는 이유로▶세포를 냉동 보존하는 기술은 새로운 것이 아니며▶산모의 동의를 얻어 제공받은 탯줄 조직을 특허대상으로 삼는 것은 윤리적으로 문제가 많다는 점을 내세웠다.
그러나 출산때 생성되는 제대혈을 이용하고자 「제대혈 은행」을설립하는등 이제 출발단계에 들어간 해당 분야의 연구.개발이 미국 회사의 특허 독점으로 결정적인 타격을 입을 것이라는 우려가가장 큰 동기로 숨어 있다.
일본 뿐만 아니라 이미 특허를 인정한 미국에서는 최근 이의신청이 빗발쳐 특허를 재심사중이며 영국.프랑스에서도 재심사를 요구하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실정이기도 하다.
도쿄=노재현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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