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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국토포럼 Ⅱ 순천만 - 지방을 넘어 세계의 명품으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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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천만의 절경을 한눈에 바라볼 수 있는 관람 포인트인 ‘용산 전망대’에서 탐방객들이 풍경을 카메라에 담고 있다. 순천만은 썰물 때면 나타나는 S자 형태의 물길과 검은 갯벌, 푸른갈대 군락, 붉은 칠면초 군락이 어우러져 장관을 연출한다. 일몰 때 특히 아름다워 ‘전국 10대 일몰 절경’에 꼽힌다. [순천만=프리랜서 오종찬]

 글로벌 경쟁 시대에서 지방은 어떻게 생존할까. 고유의 자산과 잠재력을 바탕으로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세계로 나가지 않으면 지방의 미래는 없다. 그 방법은 스스로 ‘명품’이 되는 것이다. 경쟁이 심해질수록, 경제가 어려울수록 명품은 오히려 빛을 발한다. 우리 지방들도 명품화 전략에 서서히 눈을 뜨고 있다. 이제 시작 단계지만 제법 성공을 거둔 사례도 적지 않다. ‘신국토포럼 1부-지방이 국가경쟁력’ 시리즈를 마치고, 2부에선 각 지역에서 벌어지고 있는 명품화 전략의 현장을 찾아간다.

 17일 오후 전남 순천시를 흐르는 동천이 남해와 만나는 순천만 들머리. 갈대가 꽃을 피우기 시작했지만 아직은 푸르렀다. 갈대 사이로 드러난 갯벌에는 농게·칠게, 그리고 파닥거리는 짱뚱어 새끼가 기어 다녔다. 갈대숲에서 산길을 따라 용산 전망대에 오르면 순천만이 한눈에 들어온다. 썰물 때라서 동천의 물이 바다로 나가면서 파 놓은 물길이 길게 S자를 그려냈다. 그 길이가 3.7㎞라고 한다. S자 물길 끝으로는 검은빛 갯벌이 드넓게 펼쳐졌다.


S자 물길 사이로 한쪽은 붉은 물감을 풀어 놓은 듯 칠면초로 뒤덮였고, 반대쪽은 크고 작은 원형 모양의 갈대숲이 장관을 이뤘다. 그 위를 하얀 새떼들이 벼가 익어 누르스름한 인안뜰을 향해 날고 있었다.

순천만 전체가 한 폭의 수채화였다. 평일인데도 전망대에서는 40여 명이 계속 카메라 셔터를 눌러댔다. 이미순(57·서울시 돈암동)씨는 “정말 아름답고 신비롭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곳이 있는 줄 몰랐다”고 말했다.

순천만이 생태관광, 이른바 에코 투어(Eco-tour)의 성공 모델로 자리 잡고 있다. 순천시-환경단체-주민들이 순천만의 갯벌·갈대·조류 등 생태와 경관을 자연 상태 그대로 보존해낸 결과다. 서울대 고철환(62·해양학) 교수는 “순천만은 자연 보전과 개발이 충돌하지 않고 상생을 통해 생태자원을 경제화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했다.

순천만은 1990년대 초반만 해도 도심 쓰레기를 갖다 버릴 정도로 ‘버려진 땅’이었다. 홍수 때 물이 빠지지 않는다고 준설을 시도하기도 했다. 발상의 전환은 90년대 후반 시작됐다. 간척해 논으로 변한 자리를 습지로 되돌리기 시작했다. 이후 갈대군락은 불어났고, 흑두루미 등 철새들의 안식처로 변했다.

지금까지 순천만에 투자된 돈은 165억원. 대부분 논을 사들여 생태를 복원하고 공원을 가꾸는 데 쓰였다. 지난 한 해 180만 명이 순천만을 찾았다. 탐방객 중 외지에서 온 사람을 100만 명으로 추산할 경우 음식값·숙박료·교통비 등 지출에 따른 직접적 경제효과만 710억원이나 된다. 올해 관광객은 지난해 동기보다 62%나 늘었다. 현 추세라면 3~4년 안에 연간 관광객이 500만 명으로 증가할 전망이다.

순천만은 이제 세계적 명품에 도전한다. 순천만에선 다음달 말 람사르총회에 참가하는 165개국의 환경 관련 정부 대표· 전문가·운동가 2000여 명이 방문한다. 2012년 여수엑스포 때는 50만 명의 외국인 관광객을 기대하고 있다. 순천만의 빼어난 경관과 생태 가치를 알려 세계적 생태관광 명소로 만들 수 있는 기회다. 고철환 교수는 “국제적 습지 관광지인 와덴해 해변을 갖고 있는 독일처럼 순천만도 자연생태와 경관에 휴양 기능을 더하면 고품격 관광지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이해석 기자, 사진=프리랜서 오종찬

◆습지(濕地)=민물이나 바닷물, 기수(汽水·민물과 바닷물이 섞인 것)가 영구적 또는 일시적으로 그 표면을 덮고 있는 지역. 늪·호소·하구의 내륙 습지와 갯벌·바위해안·모래해안의 연안 습지로 구분된다. 습지는 여러 생물종의 주요 서식처가 될 뿐 아니라 오염물질 정화 기능을 한다. 우리나라의 서·남해안 갯벌은 북해 연안, 캐나다 동부 해안, 미국 동부 조지아 해안, 남아메리카의 아마존 하구와 함께 세계 5대 연안 습지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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