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뜨는 1000원숍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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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경기 침체가 효자죠. 고객 수가 지난해보다 30% 이상 늘었습니다.”(다이소아성산업 안웅걸 이사)

“연말까지 사흘에 한 곳꼴로 서른 개 매장을 더 열 겁니다.”(에코마트 송재주 팀장)

경기가 나빠지자 단돈 1000원짜리 물건을 팔고 있는 천원숍 시장이 호황이다. 업체마다 공격적으로 매장을 열고 있다. 3년 전까지만 해도 천원숍 시장은 다이소아성산업의 독주 체제였다. 1997년 문을 열고 외환위기를 발판 삼아 2000년 전국 80여 개, 2004년 300여 개로 매장을 불린 다이소에 도전장을 낼 업체가 없었다. 더러 천원숍을 연 업체들이 있긴 했지만, 영세한 규모여서 다이소의 경쟁 상대가 되지 못했다.

그러던 중 2005년 대기업으론 처음으로 이랜드그룹이 ‘에코마트’라는 브랜드로 천원숍 시장에 뛰어들었다. 의류 제조·유통업에서 쌓은 물품 구매 노하우를 살려 가격 경쟁력을 내세웠다. 2000, 3000원짜리 물품이 40% 이상인 다이소와 달리 지난달에야 2000원짜리 물품을 처음 선보일 정도로 지속적인 저가 공세를 펼쳤다.

천원숍 시장의 규모가 커지며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있다. 에코마트는 특히 다이소의 인기 매장 바로 근처에 대형 매장을 내는 ‘맞불 작전’에 나섰다. 대전 은행동점, 광주 충장로점, 전북 전주 전북대점 등 10여 곳에서 다이소 20~30m 근방에 매장을 열었다. 송재주 팀장은 “3년 안에 다이소를 따라잡는다는 목표를 세우고 적극적으로 1위 업체를 공략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412호 매장을 연 다이소 측은 여유 있는 입장이다. 안웅걸 이사는 “올해 말까지 490곳에 매장을 열겠다. 우리는 매출이나 인지도 면에서 독보적인 1위”라고 말했다. 3위 업체인 ‘천원상점 온리원’도 최근 확장을 서두르고 있다.

유통 전문가들은 최근의 경기 침체가 천원숍엔 호재라고 보지만 무리한 확장은 주의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임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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