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화여대 논술 모의고사 문제-우수답안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21면

이화여대는 97학년도 입시에서 논술시험은 인문.자연계열의 특성을 감안,공통문제와 계열별 문제를 각각 1문항씩 출제키로 했다.공통문제의 경우 비교.요약형,계열별 문제는 논술형으로 출제하며 각각 30점과 70점을 배점한다.이화여대측은 『공통문제는문장력과 분석력에 각각 15점을 배점하고 계열별 문제는 문장력30점,이해력 20점,논증력에 20점을 배점키로 했다』며 『정상적인 고교 교육과정을 이수한 학생이면 누구나 해결할 수 있는종합교과적 문제를 출제할 것』이 라고 밝혔다.이화여대는 내년도입시에서 수능 50%.종생부 40%.논술 10%를 각각 반영,신입생을 선발한다.다음은 이대가 공개한 논술 모의고사 문제와 우수답안이다.
*공통문제 *답안 작성시 다음 사항에 유의하십시오.
1.띄어쓰기를 포함하여 5백~7백자의 분량으로 서술할 것.
2.시험시간은 60분임.
※다음 (가)(나)에 제시된 논지의 공통점과 차이점을 쓰시오.(30점) (가)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모든 종류의 사람들도 잠재적으로 신선한 생명 운동의 커다란 물결이 다가오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그러나 어떤 사람들도 여자들만큼 그 기다림이 짙고,오래고,끈질기지는 못할 것입니다.여자가 도대체 뭡니까? 인 류의 반이 아닙니까? 이 인류의 반이 뭡니까? 생명을 몸소 낳는 출산자요,기르는 양육자요,감싸는 보호자요,식구를 질긴 동아리로 만드는 매개자입니다.또한 여자는 어머니로서 온 가족의 위안자,온 가족의 마음의 안식처가 되는 수렴자일 뿐 만 아니라,남자의 벌이가 시원치 않을 때는 맞벌이로,아주 영 시원치 않을때는 생계를 혼자서 도맡는 사람 아닙니까? 「살림」 곧 「살리는 일」이 바로 여자의 일이요,「살림살이」 바로 「살리는 일을자기가 삶으로 사는 것」이 바로 여 자이니,생명 운동이 곧 여자의 일 아닙니까? 사람의 심리에는 뿌리 깊이 움직이는 생명의본성과 생명의 고향으로 돌아가려는 근원적인 생명 활동이 있습니다.이것이 흔히 어머니 또는 여자에 대한 깊고 심각한 복합적 감정의 모습을 보여준다는 것은 널리 알려진 일입니다.또한 이것은 단순히 한 사람의 심리적 차원 뿐만 아니라 인류 문명 전체와 깊은 관련이 있어서,사람의 기울어진 사회 의식에 균형을 주거나 병든 문명을 근본적으로 치료하는 데에 여자의 생명 운동 역할의 중요함이 다시 한번 강조될 수밖에 없습니다.
서구의 사상가들에 의해서 영향받은 진보적인 여성 운동은 여성노동의 사회적 해방만을 주장하면서 모성에 대한,어머니로서 주부로서의 여성에 대한 평가를 전혀 놓쳐버리고 있습니다.얼마전 TV에서 한 진보적 여성 운동가가『우리 어머니는 나까지 포함해서네 자녀를 낳고,기르고,먹이느라고 무의미한 세월들을 보냈습니다』라고 말을 한 적이 있습니다.이것은 상당히 심각한 이야기입니다.낳고 기르고 먹이고 가르치는 일이 무의미하다면 자기 자신의근본을 부정하는 것이 됩니다.만 약에 어머니의 그같은 노력이 없었다면,어머니로서의 모성의 역할이 없었다면 여성인 자기는 없는 것입니다.우리는 다시 한번 여성의 모성,어머니로서의 역할,주부로서의 역할을 강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나)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충만하고 강렬한 육체적 감각,달의영향을 받는 월경주기,여성 육체에서 일어날 수 있는 생명의 잉태와 결실-은 우리가 지금 알고 있는 것보다도 더 훨씬 근본적인 의미를 가지고 있다.그러나 가부장적 사고는 여성의 생물학적특성을 매우 좁은 범위에 한정시켰다.이러한 이유 때문에 여성 해방론적 사상은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을 무시하려고 했다.그렇지만 나는 여성 해방론이 우리의 육체성을 예속의 운명이 아니라,생명을 낳고 지켜가는 창조적 자원 으로 볼 수도 있으리라고 생각한다.우리는 여성 육체의 전체성과 그 영향,자연질서와의 관계를 이해하고,우리 지성의 육체적 토대를 인정해야 한다.
그러나 여성의 생명창조 능력에 대해 오랫동안 계속되는 선망.
경외.두려움때문에 남성들은 반복적으로 여성의 다른 창조적인 측면에 대해 일종의 증오를 보여왔다.그리고는 여성은 어머니의 역할에만 충실할 것을 강조해왔다.그럴뿐만 아니라 여 성의 지적 창조물이나 예술적 창작은 남성과 같이 되려는 시도이거나 결혼과육아라는 여성의 진정한 역할에서 도망치려는 시도라는 이야기를 해왔다.그래서 가부장제하에서의 모성적 경험은 여성 억압적일 수밖에 없는 면을 지니고 있다.모성의 긍정성과 잠재력에 대한 재평가를 주장하는 사람들도 가부장제 하에서의 제도화된 모성은 대부분의 여성들에게 있어서 고통과 박탈감을 수반하며 다양한 사회.정치 체제 속에서 남성 지배의 정당화를 인정하는 열쇠임을 인정하고 있다.
왜냐하면 출산.수유의 생물학적 기능은 여성의 어머니 역할 수행을 당연한 것으로 생각케해 왔으며 여성의 영역을 가정으로 제한시켜왔다.어머니는 자녀 양육의 전담자가 되고 이는 자녀에 대한 전적인 책임을 어머니에게 부과하며 동시에 여성 을 한 개인으로 인정하지 않게해 그결과는 전능한 어머니에 대한 환상을 갖도록 한다.이러한 상황속에서 많은 여성들이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왔고 앞으로도 대다수 여성들이 어머니로서의 삶을 살아간다고할 때,자녀 양육의 역할은 어머니들에 게 상당한 심리적.물질적억압을 줄 수밖에 없다.또한 이는 아이를 개별 가정의 책임,특히 전적으로 어머니의 책임하에 놓게 되므로 아이에 대한 사회적인 공동양육의 책임을 거부하게 된다.결국 여성이 자율적인 개인이자 어머니로서 생활하기 위해 이런 모성역할에의 강요가 사라져야 함이 여성 해방을 위한 필수조건이라 할 수 있다.
*우수답안 (가)글과 (나)글은 모두 여성의 생물학적 특성 및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견해이다.이 두 글은 근본적인 의미에서 여성의 출산자로서의 역할에 대해 공통적인 견해를 갖고 있다.모든여성은 오랫동안 출산 및 양육 등의 어머니로서의 기능을 주로 해왔고 사회가 변화하고 있는 지금도 그 기능은 계속되고 있다.
여성의 생명창조의 능력과 양육의 기능은 인류가 존재하기 위해서는 반드시 필요한 것으로 두 글 모두 이에 대해 동의하고 있다.그러나 (가)글에서는 여성의 근원 적인 생명 활동이 중요하나이에 대한 여성들의 부정적인 견해가 잘못되었음을 보여주고 있다.특히,한 여성 운동가의 말에 대해 여성의 생명 활동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은 자신의 근본을 부정하는 것이므로 잘못되었음을 지적하고 있다.따라서 자신이 존재할 수 있고,나아가 인류가 존재할 수 있으려면 여성의 생명 활동이 반드시 필요함을 강조하고있다. 이에 비해 (나)글에서는 오랫동안 해왔던 여성의 생명 활동은 사회 전반에 걸쳐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음을 지적하고 있다.그래서 사회는 여성에게 전능한 어머니가 될것을 강요하고,자녀 양육의 역할을 전적으로 여성에게 맡기게 되었다.이로 인해 여성들은 상당한 심리적.물질적 억압을 받게 되었다.따라서 여성이 자율적인 개인이자 어머니로서 생활하기 위해서는 이런 모성 역할의 강요가 사라져야 함을 주장하고 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