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둥에 트럭이 동났다…구호물 전달 못해 발동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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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둥에서 압록강 다리로 올라가 북한 신의주로 연결되는 폭 10여m의 중국 세관 입구.

30일 오전 9시 관문이 열리자 한국의 구호단체 관계자 20여명이 북한 용천에 구호물자를 들여보내기 위해 법석댔다. 이들은 휴대전화를 귀에 대고 끊임없이 어디론가 연락을 하고 있었다. 구호물자를 실어 나를 막바지 트럭을 구하기 위해서다.

월드비전의 이주성씨는 "물건을 다 사놓고도 트럭 한대를 못 구해 물자 지원이 늦어졌다"며 "지난 이틀간 운송업자 수십명과 연락한 끝에 간신히 트럭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현재 단둥시에서 운행 중인 트럭은 약 100여대. 이 중 단둥시 정부에서 시멘트 수송용으로 절반인 50여대를 독점해 버린데다 30여대는 통상적인 북한과의 교역을 위해 운행 중이다. 한국의 시민단체들이 확보할 수 있는 트럭은 20여대. 수십대 분량의 컨테이너에 담긴 라면.담요.생수.의류.건축자재용 슬레이트.응급의약품 등 구호물자를 신속히 수송하기에는 크게 부족한 상태다. 트럭 수요가 급증하자 10t트럭 한대당 1000달러였던 운임마저 1500달러로 치솟았다.

또 단둥에서 용천까지는 차로 30분 정도 거리지만 북한으로 통하는 관문이 오전 9시부터 10시30분까지만 개방돼 하루 한차례 구호품을 전달할 수밖에 없어 대량으로 전달하기 힘든 실정이다. 30일 하루 동안 약 15대가량의 트럭이 용천으로 들어갔다. 게다가 1일부터 일주일간 계속되는 중국 최대 휴가기간인 '노동절'을 앞두고 통관업무를 맡은 중국 세관 당국이 1일부터 4일까지 휴무에 들어간다는 소식이 전해져 한국 구호단체들의 속을 태우고 있다.

남북나눔운동 윤환철 교육부장은 "중국 노동절 휴가 때문에 무슨 일이 있어도 구호품을 오늘(1일) 중에 모두 전달해야 한다"며 "한시라도 급히 전달돼야 할 구호품들이 며칠 동안 잠을 자고 있을 판"이라고 아쉬워했다.

단둥에는 40여명의 구호단체 관계자가 활동하고 있으며, 현재 20피트 컨테이너 3~4대 분량의 구호품이 북한으로 가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
단둥=유광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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