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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소 2~3년 객관적 검증해야-항암유전자 조작법 과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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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백약이 무효인 말기암 환자 10명에게 나타난 文교수의 치료결과는 분명 놀라운 일이다.
그러나 文교수의 유전자치료법이 모든 말기암 환자들에게 당장 적용될 수 있는 것은 아님에 유의해야 한다.
학계의 면밀한 검증과 보완이 선행돼야하기 때문이다.
가장 중요한 것은 다른 의료진이 文교수의 방식을 적용했을 때에도 같은 결과를 나타내느냐 하는 재현성(再現性)에 있다.
文교수의 방법에서 특히 문제시되는 것은 결과의 신뢰도를 높여줄 수 있을만큼 대상환자수가 충분했는지 여부다.
단지 10명의 치료성과만으로 文교수의 유전자치료법이 획기적이라고 단정짓긴 무리라는 것이다.
객관적으로 치료성과를 비교할 수 있는 대조군 선정이 없었다는점도 지적할 수 있다.
가령 유전자 치료를 받은 말기암 환자 10명과 비슷한 건강상태를 지닌 다른 말기암 환자를 대조군으로 따로 선정,유전자 치료 유무에 따라 생존율 향상폭이 어느 정도인지 통계학적으로 밝혀내야한다는 것.
항암유전자 P53을 암세포내에서 발현시키기 위해 바이러스 대신 채택된 매개물질 지단백은 文교수만의 노하우.
그러나 이것 역시 충분한 동물실험을 통해 부작용을 비롯한 안전성 여부가 점검돼야하고 결과는 관련학회에서 논문의 형식으로 검증받아야 한다.
병든 유전자 대신 건강한 유전자를 삽입해 암과 같은 난치병을근본적으로 치료한다는 유전자 치료는 지난 95년 서울대병원 허대석(許大錫)교수팀이 피부암 환자들을 대상으로 시도한 것이 처음이다. 하지만 아직은 걸음마단계라는 것이 학계의 중평이며 지금까지 치료결과 역시 대상환자 대부분이 사망하는등 만족스럽지 못하다는 것.
가장 많은 연구가 이뤄지고 있는 미국에서도 유전자 치료의 가능성은 인정하면서도 아직 뚜렷한 성과를 거두고 있지는 못한 실정이다.따라서 국내 암환자들이 文교수의 유전자치료에 성급한 기대를 거는 것은 금물이라 하겠다.객관적 검증을 위 해선 앞으로최소 2,3년은 더 필요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文교수의 방식으로 전이암이 사라진 현상만은 그 자체로도 매우 큰 학문적 의미가 있다고 볼 수 있다.
말기암이 나았다고 주장하는 많은 사람들에게서 실제 암이 병리조직학적으로 검증된 예는 극히 드물고 오진에서 비롯된 오해가 대부분이었기 때문이다.
홍혜걸 전문기자.의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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