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변 핵시설의 불능화 중단 조치 이후 처음으로 남북한의 6자회담 당국자가 19일 회담 테이블에 마주 앉았으나 양측 입장이 평행선을 달렸다.
이날 판문점에서 열린 대북 에너지 지원 관련 남북 실무협의에서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은 “미국이 테러지원국 해제 약속을 지키지 않아 우리도 부득이하게 불능화 조치를 중단했다”며 책임을 미국으로 돌렸다. 그는 또 미국의 요구사항인 검증계획서 작성에 대해 “검증 문제는 조·미(북·미) 간 비공개 양해각서에도 없고 6자 합의서에도 없다”고 반박했다.
19일 판문점에서 열린 남북 경제·에너지 실무회담에 앞서 황준국 외교부 북핵기획단장(左)과 현학봉 북한 외무성 미국국 부국장이 악수하고 있다. [사진공동취재단]
현 부국장은 이날 10여 분간의 모두발언에서 “우리는 지난해 10·3 합의에 따른 의무 사항인 핵 신고서 제출과 불능화를 충실히 이행했지만 미국이 약속을 어겼다”며 “불능화해서 떼어냈던 설비들을 그대로 놔두면 녹슬고 우리만 손해 본다”고 말했다. 북한 외무성 대변인은 이날 “얼마 전부터 영변 핵시설들을 원상복구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인 김숙 한반도평화교섭본부장은 21일 워싱턴에서 미국 측 수석대표인 크리스토퍼 힐 국무부 차관보를 만나 남북 협의 결과를 전달하고 대책을 논의할 계획이다.
◆김정일 건강엔 날 선 반응= 북한 측의 현 부국장은 회의 시작 전 김 위원장의 건강상태를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김정일 건강 이상설은) 우리나라 일이 잘되지 않기를 바라는 나쁜 사람들의 궤변”이라며 “그런 소리 아무리 해봐야 놀라지 않을 것이고 일심단결이 깨지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북한 외무성에서 유엔과 미국 관련 업무를 주로 맡아왔고 사리 판단이 분명하다는 평가를 받아왔던 외교관인 현 부국장은 김 위원장 관련 발언을 하면서는 삿대질을 하는 등 격한 반응을 보였다.
예영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