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OOK어린이책] 악당에 대적할 똑똑한 아이 모여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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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9면

베네딕트 비밀클럽

트렌톤 리 스튜어트 지음, 김옥수 옮김
비룡소, 708쪽, 2만원, 초등 고학년∼중학생

 전형적인 어린이 모험 판타지물이다. 남달리 똑똑하고 용감한 아이들이 힘을 합쳐 세상을 자기 손아귀에 넣으려는 악당을 물리친다는 게 기본 줄거리다. 악당의 음모를 하나하나 파헤치는 과정이 퍼즐 맞추듯 펼쳐진다.

주인공은 고아원에 사는 열한 살 소년 레이니. 책에만 파묻혀 사는 ‘왕따’지만, 분석력와 응용력·지도력이 출중한 아이다. ‘특별한 기회를 원하는 천재어린이’를 찾는다는 광고를 본 뒤 시험에 도전했고, ‘베네딕트 비밀클럽’의 일원이 된다.

클럽 멤버는 모두 네 명이다. 한번 읽은 것은 절대 잊어버리지 않은 가출 소년 ‘꼬챙이’와 양동이에 온갖 공구들을 넣고 다니면서 이를 적재적소에 활용하는 케이티, 늘 불평불만만 늘어놓는 꼬마소녀 콘스턴스, 그리고 레이니다. 이들을 모은 사람은 베네딕트 선생이었다. 사람들을 무기력하고 혼란스럽게 만드는 ‘이상한 메시지’의 정체를 파악하기 위해 특별한 재능을 가진 아이들을 모집한 것이다. 메시지의 출처는 영재학교 ‘머리가 아주 좋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습기관’이다. 누가? 왜? 그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클럽 아이들은 영재학교에 위장 입학한다.

아슬아슬한 모험 이야기도 흥미진진하지만, 이야기 구석구석 현대 사회의 문제점을 빗대 꼬집어놓은 구절을 찾아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이곳엔 규칙이 하나도 없다”고 소개하는 영재학교 집행부의 말이 이랬다.

“옷도 무엇이든 원하는 대로 입을 수 있어. 바지와 윗도리만 입으면. 목욕은 해도 되고 전혀 안 해도 돼. 교실에 들어올 때마다 매일 깨끗하기만 하면. 음식도 무엇이든 먹고 싶을 때마다 언제나 먹을 수 있어. 식사 시간 동안에는. 숙소 전등도 밤늦도록 켜 놓을 수 있어. 매일 밤 10시까지는. 그리고 학습 기관 전역을 마음대로 돌아다닐 수 있어. 보도와 노란 타일만 따라다니면.”(241쪽)

마치 “건강하게만 자라다오. 공부도 잘하면서”를 꿈꾸는 어른들의 속내를 들킨 듯하다.

또 영재학교 ‘머리가 아주 좋은 아이들이 다니는 학습기관(The Learning Institute for the Very Enlightened)’의 영어 이니셜 ‘LIVE’를 거꾸로 하면 ‘EVIL(악마)’이 된다는 점도 여운 짙은 풍자다.

텔레비전을 향한 비판의 수위도 높다. 아예 ‘악의 도구’로 묘사했다. ‘이상한 메시지’는 ‘속삭임’이란 기계를 통해 텔레비전 전파를 타고 사람들 마음속으로 파고든다. 텔레비전 전파 속 “세상은 문제없이 돌아가고 있어”란 메시지에 사람들은 빨려 들어갔다. 사람들의 생각을 자신이 원하는 대로 조정해 세계 지도자가 되겠다는 악당 커튼 선생의 야망은 텔레비전이 없었다면 애초에 만들어지지 못했을 것이다. 베네딕트 선생이 악당에 대적할 아이들을 찾으려 실시한 테스트에서도 ‘텔레비전을 좋아하지 않는다’가 통과 기준이었다.

책은 여러모로 조앤 롤링의 ‘해리 포터’시리즈를 연상시킨다. 1997년 『해리 포터와 마법사의 돌』로 첫 등장한 해리와 『베네딕트 비밀클럽』의 주인공 레이니가 똑같이 열한 살 고아 소년이라는 것부터 우연찮은 일치다. 학교를 무대로 펼쳐지는 모험, 우정과 용기, 악당의 음모, 해피엔딩 등 두 책의 공통 키워드는 많다. 거기에다 700쪽이 넘는 장대한 분량까지. ‘해리포터 세대’를 노린 포석이 엿보인다. 원제 『The Mysterious Benedict Society』.

이지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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