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칼럼>남북,서로에게 '관용'이 필요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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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4면

남북 고위급 차원의 회담이 단절된지 오래다.한.미 양국의 4자회담 제의에 북한측이 명확한 태도를 표명치 않아 한여름의 태양이 눈부시지만 남북관계의 향방은 아직 안개로 덮여있다.
왜 이토록 남북관계는 어려운 것일까.우리가 간과한 점은 없을까.남북은 91년 12월 역사적인 「남북합의서」와 「비핵화공동선언」을 만들어냈다.그뒤 북한의 핵문제가 장애가 돼 대화가 중단됐다.김일성(金日成)주석의 급사 이후 조의를 둘 러싼 한국정부의 대응에 북한이 강하게 반발,남북관계는 악화됐다.
북.미 제네바합의로 핵문제가 해결방향으로 향했지만 남북관계는도리어 냉각됐다.지난해 한국의 대북 쌀지원도 실시과정의 불행한마찰로 중단,실질적인 대화재개와 결부되지 못하고 서로 불신감만높였다. 그런 가운데 정전협정의 평화협정으로의 전환을 지향하며미국과의 교섭을 촉구하던 북한이 정전협정 위반행동을 감행했다.
이 때문에 긴장감이 높아지고 한국 총선에서 여당이 선전하는 결과를 낳았지만 남북관계의 앞길은 더 불투명해졌다.
한국은 진실로 이런 상황을 타개하려고 4자회담을 제창한 것일까.북한이 이것을 받아들이면 남북관계는 수년만에 대화재개및 개선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다.그러나 미국과의 2자회담을 일관되게추구해온 북한이 무조건 이를 받아들일 것으로 생 각하기는 어렵다.교착된 남북관계의 실마리를 풀어가려면 기본문제로 되돌아갈 필요가 있을 것같다.
첫째,미.소 냉전체제의 붕괴가 한국과 옛소련.중국의 국교수립,사회주의 세계시장 붕괴등을 가져왔으며 북한엔 외교.경제적 불이익으로 작용했다는 점이다.
한국은 이 과정에서 정치.경제적으로 큰 이익을 얻었지만 북한은 거꾸로였다.일찍이 한국이 교차승인에 의한 한반도문제의 해결을 추구했고 북한이 이를 거부했었다.88년 노태우(盧泰愚)대통령의 「7.7선언」은 「북한의 미.일과의 관계개선 추진에 한국이 협력할 용의가 있다」고 표명한 획기적인 것이었다.
한국이 옛소련.중국과의 국교를 실현한 지금 북한과 미.일의 관계개선에 이해를 보여야 하지 않을까.올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입을 달성하게 된 한국이기에 정권이 바뀌었더라도 대외공약은 지키는 여유를 보이면 좋겠다.
둘째,한국이 정책적으로 흡수통일을 추구하는가 하는 점이다.한국이 만일 정부의 공식발언처럼 북한의 체제붕괴,흡수통일을 바라지 않는다면 북한의 현체제를 인정하고 관계확대를 꾀하면서 통일여건이 성숙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정책적 옵션 으로 그 중간은 없다.분명히 할 필요가 있다.
오늘날처럼 남북의 경제격차가 커지는 상황에서 교류가 진전되지않는게 당연할지도 모른다.한국은 북한의 경제활성화,국제사회 진입을 위해 중심이 돼 주변국과 협조해가야 할 것이다.한국이 미.일의 대북지원.관계개선을 견제하면 남북관계의 개선도 그만큼 지체될 것으로 생각된다.
셋째,일본에서 보면 한국의 대북정책이 국내 정치와의 결부등으로 상당한 진폭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이것은 쌀지원문제에서 보여졌듯 한.일의 협조관계를 손상시킬뿐 아니라 북한에 때로는 잘못된 메시지가 될 가능성이 있다.
한편 북한은 한국을 배제하고 한국과 미.일의 기존 우호관계에쐐기를 박으려 해선 안된다.
그런 정책은 한국의 반발을 불러오고 결국 북한과 미.일 관계개선을 지체시킨다.
또한 한국은 북한에 둘도 없는 파트너라는 점을 인정해야 할 것이다.한국은 정전협정의 서명자는 아니지만 미국과 함께 실질적당사자다.
또 시장경제의 상업베이스 세계에서 이를 초월해 북한의 경제발전에 기여할수 있는 것은 같은 민족인 한국밖에 없다.
고마키 데류오 日 아시아경제硏 주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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