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變裝-옷차림을 다르게 꾸며 모습을 바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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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變裝은 옷차림이나 모습을 다르게 꾸며 남이 알아보지 못하도록하는 것이다.다른 모습으로 보이게 꾸미는 위장(僞裝)과 비슷한뜻이다. 지금은 성형수술이나 장신구(裝身具)사용으로 쉽게 변장할 수 있지만 옛날에는 기껏해야 변성명(變姓名)이나 거지차림을하는 것이 고작이었다.
그러나 대사(大事)를 위해서는 좀 더 완벽한 변장이 필요했는데 모진 고통을 감수해야 했다.
춘추시대(春秋時代) 진(晋)의 예양(豫讓)은 지백(智伯)을 모시고 있었는데 조양자(趙襄子)가 지백의 가족을 몰살하고 그의두개골에 옻칠을 하여 요강으로 삼자 산속으로 도망가 복수를 맹세했다.물론 변장이 필요했다.
그는 먼저 얼굴 모습을 뜯어 고치기 위해 일부러 옻칠을 하여문둥병 환자로 가장했다.그것도 부족해 이번에는 숯가루를 먹어 목소리를 바꾸고 누더기를 걸치니 영락없는 문둥병 거지였다.
그런 차림으로 저잣거리에 나가 깡통을 차고 걸인 행세를 하니아무도 알아보지 못했다.자기 앞을 지나가는 마누라도 눈치채지 못하는 것을 보고는 마침내 복수의 칼을 뽑아들게 된다.
국적을 세탁하고 모습까지 변장한 간첩사건이 보도되었다.몇년 전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아랍인이 구사하는 완벽한 「한국어 실력」에 감탄한 적이 있었다.북한의 치밀한 공작에 그저 기가 막힐 뿐이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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