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유가 여파 자가운전 포기 급증

중앙일보

입력

광화문 근처에 직장을 갖고 있는 김모(36.회사원)씨는 지난 3월부터 자가용 출퇴근을 그만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해 일산의 집에서 광화문까지 출퇴근하고 있다.

최근 휘발유 소비자가격이 ℓ당 1천400원을 넘어가면서 늘어만 가는 차량 유지비를 도저히 감당할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작년까지만 해도 한달에 16만 ̄18만원 정도 들던 유지비가 최근 들어서는 20만원을 훌쩍 넘어서자 과감하게 자가용 출퇴근을 포기했다.

봉천동의 집에서 강남의 직장까지 출퇴근하는 안모(34.회사원)씨도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자신의 레저용 차량 대신 지하철을 이용해 출퇴근한 지 근 2개월이 돼간다.

경유가 휘발유보다는 가격이 저렴하지만 올해 들어 경유가격이 작년 이맘때보다 10% 가까이 올라 안그래도 빠듯한 살림에 적잖은 부담이 되고 있기 때문이다.

안씨는 "직장 동료들 중에도 고유가 사태 때문에 자가용을 놔두고 다니는 사람들이 적지 않다"면서 "가계부담도 부담이지만 심리적 요인도 많이 작용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최근 고유가 사태가 장기화되면서 김씨나 안씨처럼 자가용을 이용한 출퇴근을 포기하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특히 상대적으로 부유층이 많이 사는 강남지역보다는 강북이나 경기도 지역 거주자들 가운데 자가운전 포기자들이 증가했다.

강남지역에 위치한 한 주유소 관계자는 "최근 들어 주유소에 기름을 넣으러 오는 차량대수가 작년에 비해 6 ̄7% 가량 줄었다"면서 "그나마 강남이라서 이 정도지 강북이나 강동지역은 10% 이상 감소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대한석유협회에 따르면 올 1-3월 휘발유 소비량은 1천343만6천배럴로, 작년 동기의 1천435만7천배럴보다 6.4% 감소했으며 같은 기간 경유 소비량 역시 3천522만2천배럴로 작년 동기의 3천616만8천배럴보다 2.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석유협회 관계자는 "최근 고유가 사태 장기화로 대중교통을 이용해 출퇴근하는 자가운전자들이 늘면서 차량 연료인 휘발유와 경유 소비량도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면서 "전반적으로 얼어붙은 소비심리도 한 몫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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