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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골의사’ 박경철의 직격인터뷰 <8> 주수호 대한의사협회 회장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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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의사협회는 국내 최대의 이익단체로 불린다. 회원 수는 10만 명 남짓이지만 시·군·구까지 갖춘 사무국 조직에 회기마다 적잖은 국회의원을 배출하며, 국민의 생존권과 직결된 의료체계의 중심축을 이룬다는 이유들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세간의 평가에 비해 의협의 위상은 갈수록 초라해지고 있다. 의사협회와 이인삼각을 이루며 함께 가야 할 국민의 협회를 보는 시선이 날로 차가워지고 있어서다.

대한의사협회 수장인 주수호 회장을 만나 그 이유와 의협이 생각하는 해법들을 들어봤다.

1. 의약분업 반대 투쟁의 상처들

2007년 봄 의협 회장의 발언이 정가를 뒤흔들었다. 강원도에서 열린 대의원회의에서 ‘내가 국회의원 몇 명에게 용돈을 주고 있다’고 한 내부 발언이 언론에 새나가면서 정치권에 일대 회오리바람을 몰고 온 것이다. 거론된 국회의원이 검찰에 줄줄이 소환되고, 당시 발언을 한 장동익 전 의협 회장이 형사처벌을 받아 의협 회장에서 물러났다. 이후 치러진 보궐선거에서 당선된 사람이 현 주수호 회장이다. 당시 그는 취임 일성으로 ‘국민과 함께하는 의사협회’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의협 개혁을 외쳤다.

Q 2000년 의약분업 반대 투쟁에 참여하게 된 것을 계기로 결국 의협 회장까지 맡게 됐는데, 동기는 무엇입니까?

“당시 분업을 둘러싼 정부와의 갈등이 아주 심각했죠. 저는 외과 개원의로 일하고 있었는데 우리나라 의료의 구조적인 문제에 울분을 가지고 있었어요. 의약분업 강행은 거기에 불을 지른 셈이었죠. 그때부터 지금까지 이르게 되었네요.”

Q 외과의사로서의 고충과 의약분업 문제는 별개의 사안 같은데요?

“아닙니다. 난마처럼 얽힌 문제들 중의 하나였어요. 당시 분업에 대해 의사들은 시기상조이므로 ‘선 보완 후 시행’을 하자는 입장이었고, 정부는 일단 시행하고 문제를 고쳐나가자는 ‘선 시행 후 보완’ 입장이었어요. 하지만 재원 없이 제도만 무조건 시행할 경우에 가뜩이나 왜곡이 심한 의료보험제도가 더 악화될 것이라고 여겼어요. 저는 그것을 막아야 하는 당위가 있었던 거죠.”

Q 그 상황이 의약분업 실시 방식에서의 이견일 뿐 분업 자체에 대한 반대가 아니었다면, 꼭 그렇게 극한투쟁까지 해야 했나요?

“설령 우리 주장이 관철되지 않더라도 국민과 정부가 문제점을 제대로 들어달라는 입장이었어요. 결국 강행되었지만 그로 인해 지금 의료보험료 인상과 보험재정의 만성적인 적자를 가져왔죠. 하지만 그 책임은 지금 누가 지고 있습니까? 고스란히 국민과 의사들의 희생으로 이어졌지 않습니까?”

Q 설령 그 말이 옳다 해도 과연 생명을 다루는 의사가 파업까지 하는 것이 옳았을까요?

“어려운 문제입니다. 당시 DJ 정부는 의사는 절대 병원문을 나서지 못할 것이라는 약점을 잡고 밀어붙였죠. 하지만 의협에서는 미리 정부에 수차례의 경고음을 보냈어요. 하지만 정부는 ‘너희들이 진짜 그럴 수 있어?’라고 생각했죠. 결국 그것은 의사가 환자를 볼모로 잡고 투쟁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밀어붙인 결과물이었던 셈이죠. 그때 정부 당국자가 공공연히 ‘저들은 절대 파업 못하고 끌려올 수밖에 없을 것이다’고 말할 정도였으니까요.”

Q 아무리 그래도 의료현장을 버리고 파업을 감행하는 것이 잘못된 일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습니까?

“천만에요. 우리는 필수진료를 하고 있었어요. 어떤 경우에도 응급 중환자가 있을 때 나 몰라라 할 의사는 없습니다.”

Q 그 부분에 대한 사회의 부정적 인식에 대해서는 억울하다고 생각합니까?

“매도당하고 있는 측면이 있습니다. 전문가 집단이 부도덕한 집단으로 매도되고 있는 사회는 건전한 사회가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현 주수호 의협 회장은 소위 3D라 불리는 외과의사 출신이다. 그는 연세대 의대를 졸업하고 외과 전문의 과정을 마친 후 개원을 택했지만 실패했다. 그의 말을 빌리면 외과의사가 외과로 개원할 수 없는 구조적 현실 때문이라고 했다. 이후 그는 의약분업 사태가 일어났을 때 정부와 싸우기 위해 만들어진 투쟁조직인 ‘의쟁투’ 대변인을 맡았고, 이후 대한의협 공보이사 및 대변인을 거쳐 의협 회장이 되었다. 당시 위원장은 신상진 한나라당 의원이었고 신 의원도 이후 의협 회장을 역임했다.)

2. 의료보험 민영화는 꼭 해야 한다?

Q 정부나 시민단체가 의협과 자주 갈등을 빚는 이유가 무엇 때문이라고 생각합니까?

“저는 의사의 권익과 국민의 공익이 상충되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예를 들어 볼까요? 우리나라 국민의 의료에 대한 불만 중에 제일 큰 것은 의사들의 설명 부족이죠. 3시간 대기에 3분 진료라는 겁니다. 그런데 이것은 절대 의사도 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의사도 그렇게 하고 싶어요. 하지만 우리가 환자 한 명에 20~30분씩 진료하려면 자선기관이나 복지단체의 후원을 받지 않는 한 불가능하죠. 다들 왜 3분 진료하느냐고만 따지지 그 이유는 묻지 않는 것이 바로 현실입니다. 안 하는 게 아니라 못하게 하는 제도 때문인데 말입니다.”

Q 의협이 의료보험 민영화를 주장하는 이유가 그 때문입니까?

“이유는 여러 가지지만 일단 획일적인 의료제도는 고쳐야 합니다. 물론 의협이 하자고 해서 되는 것도 아니죠. 하지만 의협이 말할 공간도 봉쇄해서는 곤란해요. 민간보험 도입이나 당연지정제 폐지는 악이고, 현행 제도를 유지하는 것이 선이라는 도식이 잘못된 것이죠.”

(의료보험 당연지정제란 우리나라 의료기관은 모두 의료보험 환자를 진료해야 한다고 법으로 정한 것을 말한다, 예를 들어 성형외과에서 얼굴이 찢어진 환자의 봉합을 거부하거나 의료보험 적용을 거부하면 불법이라는 뜻이다. 그 덕에 우리나라 의료보험 가입자는 전국 어느 병원에서나 모두 진료를 받을 수 있고, 진료비도 정부에서 정하는 수가대로만 지불하면 된다. 하지만 이 제도가 폐지되면 병원은 일반환자나 민간보험에 가입한 환자, 의료보험 환자 중에서 병원의 입장에 따라 선택해서 진료할 수 있고, 환자도 자신의 보험 등급이나 지불 의사에 따라 병원을 고를 수 있게 된다.)

Q 하지만 당연지정제를 폐지하면 사회적으로 큰 혼란이 올 것 같은데요? 그렇게 되면 이제는 유전무병(有錢無病) 무전유병(無錢有病)이라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요?

“아닙니다. 의협의 생각은 의료급여와 보험을 이원화하자는 것입니다. 보험 부분만 단층이 아닌 복층으로 가자는 것이죠. 자동차보험처럼 말입니다. 자동차보험은 책임보험과 종합보험이 있지 않습니까? 여기서 책임보험의 보장성을 키우면 돈이 많이 들고, 보장성을 줄이면 돈이 적게 들죠. 그러니 책보는 지금처럼 강제보험으로 해서 응급질환 등의 최소한의 질병은 보장받도록 하고, 종보는 민간보험으로 해서 선택으로 가자는 겁니다.”

Q 책임보험 환자나 의료급여 환자를 병원들이 기피하면 어떡합니까?

“저소득층은 지금 의료급여처럼 사회보장으로 가고, 그것은 전국의 공공의료기관이 책임지면 되죠. 책임보험 가입자는 그래도 보험한계까지는 많은 병원이 진료를 할 겁니다. 다만 종보의 경우에는 진료의 기준을 협의해야죠. 지금은 진료의 기준을 정부가 정하고 있지만, 이때의 기준은(민간보험 환자의 진료 범위) 보험사와 병원이 협의해서 결정해야 하는 겁니다.”

(의료급여란 저소득층과 차상위 계층에 대해 전액 혹은 본인부담의 80%를 감면하고, 대신 그 차액을 정부가 지불하는 일종의 사회보장 제도의 하나다. 일부에서는 보험료를 많이 내는 의료보험 환자와 의료보장 환자가 다 같은 대우를 받아서는 안 된다고 말하고 있고, 일부에서는 생명을 다루는 일에 차별은 불가하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지난 참여정부는 임기 말에 의료급여 환자의 진료권을 대폭 제한하는 법 제정을 강행한 바 있다.)

Q 결국 의료 혜택이 저소득층은 공공의료기관으로, 중산층과 서민들은 보험료를 감당할 수 있는 부의 크기에 따라 진료 수준이 달라진다는 의미가 되는데요?

“그렇게 볼 수도 있지만, 그럼 지금 제도를 그대로 가지고 가면 모든 환자가 다 피해를 보게 되죠. 지금 많은 의사가 현행 보험제도를 견디지 못하고, 비보험 진료로 돌아서고 있어요. 이런 현상이 심화되면 앞으로는 3분이 아니라 2분·1분 진료로 가야 하고, 그게 싫으면 아예 의사들이 일반진료로 넘어가야 합니다. 사회는 이를 두고 의사들이 돈 되는 성형·피부과만 한다고 비난하지만 이게 현실입니다.”

Q 그래도 그건 좀 지나친 비약 같은데요?

“절대 비약이 아닙니다. 지금은 상당수의 의사가 일반진료에 시간을 쏟고 남는 시간에 환자를 봐야 병원이 정상적으로 돌아갑니다. 그러니 3분 진료가 되죠. 만약 현행 제도를 유지하면서 좋은 진료를 받기 위해서는 보험료를 2~3배 올리든지, 건강세를 거두든지 각오해야 합니다. 역대 정부는 문제점을 이미 다 알고 있습니다. 그런데 말을 못했어요. 만약 현 제도가 옳다고 생각한다면 정부가 나서서 재원 확보를 위해 보험료를 더 거둔다고 설득해야죠. 하지만 알면서도 그걸 안 하니 문제가 깊어지는 겁니다.”

Q 국민이 이런 설명에 과연 얼마나 동의하리라 여깁니까?

“의약분업 이후 생긴 ‘의사는 잘 먹고 잘사는 부도덕한 집단’이라는 국민의 인식이 있는 한 정부가 못 고칠 거라고 봐요. 그런데 문제는 진짜 그러냐는 겁니다. 분업 후에 의사들이 매도됐죠. 예를 들어 얼마 전에 정부가 의사들이 심지어 60대 노파가 애를 낳았다고 허위 청구를 했다는 발표를 했어요. 언론에 대서특필됐죠. 그걸 읽은 국민은 의사들이 생 날도둑놈이라고 했을 겁니다. 하지만 상식적으로 생각해 보세요. 바보가 아닌 한 그렇게 청구하겠어요? 문자 그대로 청구 오류죠. 컴퓨터에 병명코드 입력을 잘못한 거예요. 그건 정부도 언론도 알아요. 그런데 언론이 기사를 낼 때는 그대로 내버리죠. 기득권의 치부를 건드리는 섹시한 기사잖아요.”

Q 물론 그런 점이 억울하겠지만 그래도 허위청구가 있는 것 또한 사실이 아닙니까?

“세상의 어느 집단도 극소수의 비양심적인 사람은 있어요. 그런 사례는 강한 처벌을 하면 되죠. 그건 의협도 대찬성입니다. 그런데 극히 일부의 잘못을 일반화하는 방식은 더티플레이죠.”

Q 의협의 주장이 다 옳은데 사회의 오해로 인해 바른 목소리가 받아들여지지 않는 것뿐이라고 여기는 건가요?

“솔직히 그런 점이 많죠. 국민은 보험료가 올라가면 좋은 의료가 된다고 생각하지 않고, 의사 수입이 올라간다고 생각하죠. 정부는 그게 아니란 걸 알면서도 국민들에게서 ‘어떻게 도둑놈들의 배만 불리느냐?’는 욕을 먹는 것을 두려워하고요.”

Q 신뢰 문제로 돌아가죠. 그 신뢰 상실은 그럼 정부와 언론만의 책임이라고 생각합니까?

“물론 직접적 이유는 의약분업이 계기였죠. 의사들에 대한 사회적 기대치보다 노력과 봉사가 다소 부족했다는 점도 있습니다. 다만 거기에 정부가 실패와 실책을 모면하기 위해 과장되게 홍보한 측면이 크게 덧씌워진 거죠.”

Q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죠. 민간보험 도입과 당연지정제 폐지가 의협의 입장이라면 그중에서 어느 것이 먼저 돼야 한다고 봅니까?

“당연히 당연지정제 폐지가 선결요건이죠. 현재는 논의가 봉쇄돼 있어요. 잘못된 여론몰이에 정부가 굴복한 면이 있죠. 책임 있는 정부라면 설득이 필요한 부분입니다. 설득해야 할 것은 설득해야지, 정부가 이번에 안 한다고 선을 그어 버린 셈이 되었어요. 이렇게 되면 더 심각한 상황이 올 수 있고, 그때는 정말 의사들이 포기할 수도 있습니다.”

Q 의사들이 포기할 수 있다는 말은 약간 공격적으로 들리는 데요?

“제 말은 또 파업을 한다는 게 아니라 왜곡된 의료인 비급여 진료로 이탈하는 의사들이 늘어날 거라는 뜻입니다. 실력 있는 의사들이 전부 미용이나 항노화 같은 일반 진료 쪽으로 돌아서 버리면 어떻게 되겠어요?

Q 혹시 영화 ‘식코’를 보셨습니까? 보셨다면 느낌이 어땠나요?

“봤습니다. 현재의 갈등구조가 적나라하게 드러나 있죠. 앞서가는 의사들은 그걸 보고 ‘세상에 공짜는 없다’고 생각했을 것이고, 일부 그룹은 ‘미국식 의료는 악이고 사회주의 의료는 선이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이렇게 의견이 대립되는 거죠. 그러나 여기에 대한 심판은 어디에도 없어요. 이 문제의 해결을 위해서는 페어한 심판이 필요한데, 언론마저도 의사 편을 든다고 오해를 받을까 봐 공정한 정보를 제공하지 않죠. 다시 말씀드리지만 과연 진실이 어디에 있는지 공론의 장을 열어야 합니다.”

3. 의사협회의 딜레마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싸워서 얻는 것은 하수고, 협상하는 것은 중수이며, 상대가 나를 사랑하게 하는 것이 고수’라는 말이 있다. 그렇다면 지금 이 대답들은 주 회장이 고수의 풍모를 유감없이 드러낸 것일까? 아니면 하수의 속보이는 암기(暗器)였을까? 이것이 인터뷰 내내 인터뷰어를 짓누른 고민의 일단이었다.

Q 화제를 돌려 보죠. 국민은 의협이 지나치게 보수적이라는 인상을 가지는데 대체 왜 그럴까요?

“그건 동의하기 어렵습니다. 우리 의사 사회가 다소 폐쇄적인 것은 맞습니다. 하지만 우리 의사 사회는 나아가자는 거지 돌아가자는 주장을 하지는 않습니다. 예를 들어 FTA 전에도 이해당사자 중에서 자기 영역의 시장개방에 찬성한 유일한 집단이 의협이었습니다.”

Q 의협이 진취적인 성향을 가지고 있지만 오해를 받고 있다고 생각하는 건가요?

“일부 사회와 단절된 부분이 있다는 점은 인정합니다. 그러나 그것은 의사라는 직업의 한계죠. 그걸 두고 말하면 곤란하죠. 자영업 중에서 자기가 자리를 비우면 아예 운영이 안 되는 몇 안 되는 업종이 의료업입니다.”

Q 의협이 국내 최대의 이익단체라는 시각에 대해서는 어떻게 봅니까?

“그것도 동의할 수 없습니다. 이익단체라면 이익을 내야지, 의협이 자신의 이익을 이룬 건 별로 없어요. 의사의 이익과 공익이 배치되지 않기 때문이죠. 사실 현재의 갈등도 의사들이 굳이 갈등을 일으키지 말고 그냥 비급여로 돌아서 버리면 됩니다. 하지만 의료현장을 지켜야 한다는 소명으로 갈등을 일으키고 오해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진료실을 지키고 있는 겁니다.”

Q 그럼에도 왜 사회는 의협을 최대의 이익단체라고 생각할까요?

“의사가 윤택한 직업이라는 인식 때문입니다. 매스컴에 나오는 의사들은 대개 소위 잘나가는 의사들입니다. 그걸 보고 의사들이 다 저렇게 산다고 일반화해 생각하는 거죠. 국민 눈에는 일부 잘나가는 의사들이 평균이라고 보여지고, 그 평균 집단이 갈등을 일으키면 있는 놈들이 더하다고 하는 거죠.”

Q 의협이 오래전부터 정치 세력화를 주장하면서 특정 정당에 올인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데, 그 이유는 무엇 때문입니까?

“지향점이 비슷한 정당이 당연히 있죠. 오히려 매번 바뀌면 이상한 것 아닌가요? 그렇지만 공식적인 지지는 부적절하죠. 소수가 지향하는 가치도 중요하기 때문입니다. 의협은 우리 의협 내의 소수가 지향하는 가치도 존중합니다. 물론 과거 대선 때 투표 성향은 미루어 짐작이 가죠. 의사들이 많이 지지한 정당은 그 정당의 가치와 동질성이 의협과 많이 일치했기 때문이죠.”

Q 앞으로 의협의 지향점은 무엇입니까?

“단기에는 어렵겠지만 왜곡된 의료 시스템을 바로잡고 싶습니다. 또 상대를 인정하면서 의료 일원화를 하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물론 의협이 위상을 찾으려면 국민의 신뢰와 존중을 받기 위한 노력이 우선이겠죠.”

Q 현대의학과 한방을 통합하자는 의료 일원화는 의협 입장입니까? 개인의 소신입니까?

“그 부분은, 우선 개인의 소신이라고 하죠. 물론 한의학에 대해 잘 모르는 상태에서 평가하고 싶지는 않아요. 한방도 도움이 되는 면이 있죠. 하지만 한방이 도움이 되는 면은 살리되, 대신 비효율적인 부분은 이제 없애야 할 때라고 생각됩니다. 현 제도는 의료의 중복과 낭비가 대단히 큽니다. 그러니 일원화는 절대적으로 필요한 일이죠. 예를 들어 환자가 어디가 아프다고 할 때, 어디를 갈까 고민하다가 한방도 들렀다가 병원도 오게 되죠. 의료비의 이중낭비가 됩니다. 이것은 한방에 대한 존재를 무시하자는 것이 아니라 한방을 인정하면서 서로 고민을 털어놓고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거죠. 이제 그때가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Q 의협의 로비사건이 한때 사회적 파문을 불러왔습니다. 로비 관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합니까?

“로비는 전문가 집단으로서 당연히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입니다. 로비라는 표현이 좀 거슬리지만 전문가 집단이 의견을 내고, 옳은 의견이 채택되도록 하는 것은 전문가 집단으로서의 의무입니다. 다만 음성적이거나 부도덕한 방향의 로비는 잘못된 일이죠.”

Q 의약품 리베이트 문제가 항상 의협의 도덕성에 아킬레스건이 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요. 리베이트 문제는 인정하십니까? 있다면 어떻게 할 작정입니까?

“개인이나 기관의 사적 이익을 위해 뒷거래를 하는 것은 확실히 용납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산학협동 차원에서 학술연구에 대한 지원까지 못 하게 하는 것은 곤란하다고 생각해요. 지금 의료산업을 육성한다고 하는데요, 현재 수가체계에서는 연구가 불가능합니다. 연구가 활발해야 의료산업도 발전하죠. 국가나 건전한 기업이 이런 부분에 대해 지원한다면 양성화해 적극적으로 장려해야 한다고 봅니다.”

Q 외과의사로 근무할 때, 외과의로서의 딜레마는 어떤 것이었는지요?

“외과의사의 가치는 수술장에서 가장 높습니다. 칼을 놓았다는 의미에서 나는 실패한 외과의사죠. 하지만 대한민국에서 외과의사를 저처럼 칼을 놓게 만드는, 잘못된 의료제도에 칼을 대는 의사가 되었다는 점에서는 조금 위안을 삼습니다.”

마치며

1950년대 초반 아이젠하워 대통령이 ‘찰리 윌슨’ GM 회장을 국방장관으로 지명하자 의회의 인준청문회에서 한 의원이 물었다. ‘미국의 이익과 GM의 이익이 상충될 때는 어느 쪽에 이익이 되는 방향으로 정책을 결정하겠느냐?’ 찰리 회장은 ‘GM에 이로운 것은 곧 미국에 이로운 것이다’라는 유명한 말을 던졌다. 당시 미국에는 ‘기업의 사회적 책임’이라는 가치가 일반화돼 있었기 때문에 할 수 있었던 말이다. 주수호 의협 회장도 ‘의사들의 권익과 국민의 공익은 상충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 말이 맞는 말인지 아닌지, 이 인터뷰에 답이 들어 있을지 모른다.

인터뷰는 최대한 객관적으로 진행했다. 질문은 의사 사회의 입장에 대해 사회가 궁금해하는 것들을 신랄하게 던지려 했고, 대신 답은 주 회장의 말을 가능한 한 원형 그대로 담으려 했다. 인터뷰어가 이해상충의 문제에 부닥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번 인터뷰는 지금 우리 사회의 첨예한 이슈인 건강보험 민영화와 기타 의료 현안에 대해, 독자가 질문하고 다른 한쪽 당사자인 의사 쪽의 입장을 들어보는 형식을 취한 셈이 되었다.

판단은 독자의 몫으로 남긴다.

글=박경철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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