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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1억 넣었다면 남은 돈 6600만원뿐인데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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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연초 주식형 펀드의 평가액은 137조원이었다. 그런데 16일 현재 남은 돈은 99조원 남짓이다. 올 들어 16일까지 새로 투자된 돈 12조원을 합하면 올해 주식형 펀드 투자자가 까먹은 돈은 줄잡아 50조원에 이른다. 9개월 새 투자금의 34%를 날린 셈이다.

16일 주가가 폭락했을 때 비교적 차분했던 투자자들은 17일 주가가 반등하자 오히려 고민에 빠졌다. 증권사 창구에는 “주가가 떴을 때 환매하는 게 낫지 않으냐”는 문의가 빗발쳤다. 그러나 섣부른 환매는 손실만 키울 우려가 크다는 게 전문가들의 조언이다. 도대체 내 펀드는 어째야 좋을지. 펀드 유형별로 현황과 전망을 점검해 본다.

증시 상대적 하락폭 커
환매는 반등 기다려야

◆도토리 키 재기, 국내 주식형=국내 증시에선 유난히 순환매가 자주 일어난다. 업종별로 주가가 돌아가면서 오르거나 떨어진다는 얘기다. 이 때문에 펀드 수익률도 유형에 따라 큰 차이가 없다. 해외 주식형 펀드와 뚜렷하게 구별되는 특징이다. 우리투자증권에 따르면 2006년과 2007년 수익률 상위 20위 안에 든 국내 주식형 펀드 중 이듬해에도 20위 안에 이름을 올린 펀드는 각각 1개와 2개에 불과했다. 연초 이후 유형별 수익률은 모두 -20%대다. 그나마 테마 주식형이 -20.86%를 기록해 성적이 가장 좋았다. 여기에는 주로 삼성그룹주 펀드가 속해 있는데, 다른 종목에 비해 삼성그룹 계열사 주가가 상대적으로 덜 떨어진 덕을 봤다. 지난해 대형주가 크게 오른 만큼 올해는 중소형주에 기대를 걸어 볼 만하다는 게 전문가들의 전망이다. 다른 국가에 비해 최근 한국 증시의 하락폭이 컸던 만큼 환매는 반등을 기다려서 하는 게 유리하다는 조언이 많다.

부동산 거품도 꺼질 조짐
2년 넘게 장기 투자해야

◆투자심리 급랭, 중국=올해 해외펀드 가운데 가장 성적이 나빴다. 연초에 비해 42.95% 손실을 기록했다. 지난해 10월 주가가 가장 높았을 때 가입한 투자자라면 원금을 반 넘게 까먹은 셈이다. 앞으로의 전망도 그리 밝지는 않다. 미국 AIG가 정부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다는 소식에도 17일 상하이종합지수는 되레 2.9% 떨어진 1929.05로 마감했다.

중추절 연휴 직후 인민은행이 금리와 지급준비율을 전격적으로 내린 게 오히려 독이 됐다. 리먼브러더스에 투자했다가 손실을 본 금융회사도 잇따라 나오고 있다. 여기다 부동산 시장의 거품도 꺼질 조짐이다. 현재로선 중국 정부의 강력한 증시 부양 조치가 나오지 않는 한 반등을 기대하기 어렵다. 추가 손실도 우려된다. 그러나 최근 하락폭이 워낙 크고 깊어 길게 보면 지금이 오히려 투자 기회라는 전망도 있다. 2년 넘게 장기 투자한다면 잊는 셈치고 ‘묻어 두는’ 것도 방법이란 분석이 많다.

내달 추가 금리 인상 전망
물가 불안 사라져야 회복

◆인플레이션의 저주, 인도=7월 한 달간 인도펀드가 거둔 수익률은 평균 10%를 웃돌았다. 유가가 하락세로 접어들면서 증시를 끌어내렸던 인플레이션 문제가 해결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그러나 지난달 중순부터 사정이 달라졌다. 최근 한 달간 인도 증시는 10% 가까이 하락했다. 유가가 떨어졌지만 물가 상승 압력은 여전했다. 물가는 올 들어 3배나 올라 16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다. 6월 이후 세 차례나 금리를 올린 중앙은행은 다음달까지 0.5%포인트 더 인상할 전망이다. 이미 현재 기준금리(9%)는 9년 만의 최고치다. 긴축은 소비심리를 위축시키고 기업의 투자의지를 꺾는다. 인도에 대한 투자 전망은 엇갈린다. 현대증권은 “본격 회복세에 접어들기 전까지는 보수적으로 접근하라”며 투자 비중을 줄이라는 의견을 냈다. 반면 대우증권 이인구 연구원은 “물가 리스크가 완화되면 내수가 살아나면서 인도 증시가 회복세를 보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외국인들 떠나는 러시아
브릭스 중엔 브라질 매력

◆유가 하락에 휘청, ‘러·브’=러시아와 브라질 펀드는 상반기 펀드시장의 ‘스타’였다. 그러나 하반기엔 ‘애물단지’로 전락했다. 배럴당 150달러에 육박하던 유가가 80달러대에 진입하면서 두 나라 증시도 흔들리고 있다. 특히 러시아가 문제다. 에너지 관련 기업의 시가총액이 증시의 절반을 웃돈다. 유가 등 원자재 가격 하락에 휘둘릴 수밖에 없다. 그루지야와 전쟁까지 벌이면서 시장 불안을 부채질했다. 여기에 반시장적 규제책을 잇따라 내놓아 외국인들의 이탈을 부추겼다. 외국인이 투자 자금을 빼 가면서 16일 러시아 증시는 11.47% 폭락했다. 다만 호재라면 싸다는 것이다.

같은 원자재 수혜국이지만 브라질은 사정이 나은 편이다. 금융 등 내수가 받쳐 준다. 2분기 경제성장률은 6.1%로, 30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대우증권은 브릭스(BRICs) 국가들 가운데 브라질이 가장 유망하다고 꼽았다. 그러나 원자재 가격 약세는 여전히 위험 요소다.

이머징 시장 전체 안 좋아
일본 펀드는 비교적 선방

◆위기에 취약, 신흥국가=단일 국가가 아니라 지역에 투자하는 펀드는 그나마 분산 투자가 가능하다. 최근 글로벌 증시 불안에 ‘약발’이 떨어지기는 했지만 상반기까지 브릭스 펀드는 상호보완 효과가 탁월했다. 소비재 생산국(중국·인도) 증시가 안 좋으면 원자재 수출국(브라질·러시아) 증시가 호조를 보이는 식이다. 그러나 당분간 이머징 시장 전체가 안 좋을 것으로 보인다. 현대증권 이상재 연구원은 “일단은 지켜보는 편이 낫다”고 말했다. 2006∼2007년 2년 연속 투자자들을 울렸던 일본 펀드는 최근 그나마 상대적으로 성적이 낫다. 그러나 본격적인 반등세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평가가 많다. 변동성이 심한 장세에서는 주가연계증권(ELS)이나 펀드(ELF)가 대안으로 꼽힌다. 주가가 떨어져도 수익을 볼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파생상품은 원금을 모두 날릴 수도 있기 때문에 기초자산과 구조를 잘 따져 봐야 한다.

정경민·고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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