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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 도우미 나온다는 변종 스크린 골프장에 가 보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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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중앙요즘 스크린 골프의 인기를 알리듯, 거리에서 스크린 골프장의 간판은 쉽게 눈에 띈다. 스크린 골프장은 실내에서 골프 연습을 하는 공간이다. 대형 스크린이 있고, 실제 그린에서 골프를 치는 현장감이 있다. 또한 국내외 유명 골프장의 필드를 선택해서 경기를 할 수 있다. 추정되는 국내 스크린 골프장은 3000곳을 넘는다. 스크린 골프장이 변질된 일명 도우미 골프장은 유흥적이고 단란(?)하다. 골프만 치는 게 아니라 도우미와 단란한 한때를 보낸다. 이런 변종 골프장이 호객 중이다.

도우미 골프장을 찾아서…

도우미, 혹은 언니들이 나오는 스크린 골프장(이하 도우미 골프장)은 여러 군데로 알려졌으나, 정작 찾기는 쉽지가 않았다. 주변에 도우미 골프장을 안다는 사람이 드물었고, 그 곳에 들렀다는 사람들은 정확한 위치를 기억하지 못했다.

대충 이런 식이다. 서울 강남 어디 사거리에서 좌회전 후 천천히 가다 보면 골목길에 있을 거라는 정도. 이 정보를 건넨 이는 당시 술이 많이 취해 3차에 방문했기 때문이란 변명을 했다. 이런 대략적인(?) 지리 정보를 발판 삼아 찾아가니 아주 건전한 스크린 골프장이 나왔다. “도우미 있어요?”물으니, “여기는 그런 곳 아닙니다”란 대답. 그 동네가 그 동네지 싶어 한 블록 아래로 걷다 보니, 골목 한편에 불꺼진 간판의 스크린 골프장이 눈에 들어왔다.

어째, 풍기는 냄새가 심상치 않다. 그런데 역시나 건전 주인장의 건전 골프장이다. “혹시 이 주변에 도우미 있는 곳 아세요?”물으니, 도보로 약 20분 거리에 있는 골목길의 단란한
주점 옆에 그런 곳이 있다는 설명. 그의 친절한(?) 설명으로 찾은 곳은 흔한 스크린 골프장의 간판과 달리‘스크린 골프&카페’간판이 불을 밝혔다. ‘주점’도 아니고‘카페’라니 약간 미심쩍었다. 혹시 건전하게 차를 마시며 골프를 치는 곳이 아닐까.

20만원대 양주 세팅은 기본, 도우미 비용은 1인 10만원… 계단을 내려가니, 마담 언니가 카운터를 지키고 있다.“도우미 있어요?”대답 대신 고개만 끄덕이는 품새가‘다 알고 왔으면서 괜히 내숭은…’이란 눈치다. 먼저 도우미 비용을 물으니, 1인 10만원, 2시간 기준 이다. 2시간은 대략 골퍼 2~3명이 스크린 18홀을 신속히 돌 때 소요되는 시간이다. 각 1인 도우미 한 명을 부르면 스크린 골프 비용(18홀) 3만원을 기준으로 13만원 정도가 필요하다. 기자 일행은 블라인드 처리가 된 룸으로 안내됐다. 자리에 앉으니 안내 직원이 술은 뭘로 하시겠느냐고 물었다. 맥주 3병을 청하니, 도우미와 함께 하려면 기본 양주 세트를 주문해야 한다는 대답.

늘 단란한(?) 곳은 손님의 뒤통수를 치고 지갑을 터는 일이 잦다. 가장 저렴한 양주 세트가 19만원, 과일 안주 등 안주는 6만원대다. 언니들을 부르려면 기본 25만원은 바닥에 깔아야 한다는 계산이다. 갑자기 머리 회전이 빨라졌다. 골프 비 3만원+도우미 1명당 10만원+양주 세트 25만원, 총 합 38만원. 골퍼 셋이 모두 도우미를 부를 경우, 58만원이 든다. 개인 20만원이라는 계산이다. 돈을 조금 더 보태면 필드에 나가도 되는 비용인데, 왜 일부 골퍼들은 어두운 조명 아래에서 아가씨를 불러 스윙을 하는 걸까. 그 비용이 어떤 값을 하는지 알아봤다.

도우미 초이스 가능, 골프의‘골’자도 모르는 초보 언니 입장…

언니들은‘초이스’(아가씨 몇 명이 들어오고 손님이 마음에 드는 사람을 선택하는 방식)가 가능했다. 아가씨는 정식 채용 직원이 아니라 유흥업을 원하는 이들을 아르바이트로 채용하는 방식이다. 언니 1명만 부르겠다고 했더니, 미니스커트 차림 2명의 언니가 들어왔고 그중 한 명을 선택했다. 지명당한 그녀는 조심스럽게 손님 사이에 착석, 테이블 세팅을 시작했다. 그동안 기자 일행은 골프 세팅을 했다. 본격적인 골프가 시작되기 전 언니의 프로필 탐색을 시작했다.

나이는 스물셋. 모 대학 철학과 재학 중. 말투가 앳되고, 짧은 스코틀랜드 스커트에 니트 티셔츠를 입었다. 골프는 어느 정도 아느냐고 물으니, 골프 공을 만져 본 적도 없고, 골프 카페 일 또한 처음이라서 자신도 이런 곳이 있나, 신기하다고 했다. 여름 아르바이트 삼아 단란한 곳 등에서 여행경비를 마련 중이라고 했다. 그 즈음, 정식 직원인 아가씨 한 명이 자연스럽게 동석했다.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터라 말 그대로 진행자인 줄 알았지만, 나중 계산서에 는 도우미 추가 비용 10만원이 찍혀 있다.‘ 허허실실’에 당한 셈이다.

직원 아가씨는‘머리를 올렸고’(첫 필드 골프를 나가는 일), 골프 용어를 적당히 알았으며 “오빠, 그린이 왼쪽으로 약간 기운다”등 적당한 코칭을 했다. 문제는 우리가 부른 대학생 언니였다. 한편으로 캐디 언니 스타일의 골프 티칭을 조금은 기대했던 기자 일행이 반대로 그녀를 교육시키느라 분주했다. 특별한 수업이 있었던 건 아니고, 샷 이후에“사장님, 나이스”를 외치도록 지시(?)를 내렸으니, 잘 한 일인지는 모르겠다. 카페에는 여자 티칭 프로가 있다고 했다. 적정 비용을 내면 프로의 코치를 받을 수 있다는 설명. 그 코치도 도우미처럼 활동(?)하느냐고 물었더니, “손님과 코치의 일이라 모르겠다”는 애매모호한 대답이다.

골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더듬는 손님은 경계 대상…

골프 카페는 분주했다. 원래 골프란 게 순번대로 자기 차례가 돌아오는 경기라서 자리에 꾸준히 앉을 일은 없다. 거기에 술 한 모금 하고, 아가씨에게 말 한 번 걸고, 다시 스윙을 하다 보니, 한편으로 소란스럽다.

골프 카페의 스킨십은 어느 선까지 허용될까. 사실 이런 물음은 우리나라 유흥 문화에서는 통하지 않는 말이다.‘ 내 돈 내고 스킨십하는 데까지’가 스킨십의 허용선이다. 다만 그런 마인드를 가진 손님은 그들만의 용어로‘진상’ (꼴불견)으로 분류되겠지만.

초반 조심스럽던 스킨십은 술 마시고, 술술 농담이 오가면서 농도가 진해지기 마련. 이즈음, 언니들에게“여기서 허용되는 스킨십은 어디까지냐”는 의미심장한(?) 질문을 던졌다.

“정해진 게 어딨어요? 손님 하기 나름이지요.”

“그럼, 선이 없느냐”고 눈을 빛내니,“ 그런 손님이 진상이죠”라며 퉁명스럽다. 골프 카페의 진상 손님 유형을 물었다.

“여기 주변에 언니 있는 골프장들이 많은데, 주변에 알몸으로 이벤트 접대(?)를 하는 곳이 있다는 소문이 났어요. 여기 와서 강제로 옷 벗기려 하는 손님들이 있어요.”

흔히 농도 짙은 스킨십은 골프 스윙을 가르쳐 준다는 명목으로 자행된다고 했다. 자세를 알려준다면서 뒤에서 껴안고 은밀한 부위를 접촉하는 경우들이 많다. 이때 아가씨가 말을 거든다.

“중년보다는 젊은 사람들을 더 경계해요. 어떨때 그들은 막무가내로 노는 경우가 있거든요.”

운동을 모르는 아가씨와 운동을 가르쳐 주겠다는 남자의 스킨십은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
뤄진다. 언니에게 2차도 나가느냐고 물었더니, “2차는 절대 안 나간다. 2차를 요구하면 일을 안 한다”며 단호했다. 사실 그 아가씨를 두고 페어플레이 정신이 사라지기도 했다. 언니와 더 오래 곁에 있기 위해 서로 못 치도록 응원하는(거리가 먼 골퍼가 계속 스윙을 해야 한다)‘ 더티 플레이’가 잠시 이뤄진 것. 한 명이 타석에 오래 설수록 다른 한 명이 언니를 독차지할 수 있다. 변종 스크린 골프장의 묘한 시스템 탓이다. 철학과 전공이라는 그 아가씨에게 농담 삼아 물었다. “골프 치러 와서 언니 부르는 아저씨들 철학이 뭔 것 같아요?”잠시 고민하던 그녀 왈,“ 글쎄요, 정서 불안?”

일반 음식점 등록으로 단속 어렵다…

슬슬, 도우미 골프장의 정체가 궁금해졌다.“ 여기는 단속이 뜨는 일은 없나요?”

“일반 음식점으로 등록을 했어요. 그러니까‘카페’란 이름을 붙이는 거고요. 유흥업이 아니니 까단속대상일이유는없으니, 걱정마세요.” 장사는 잘되느냐고 물으니, 웬만큼 수요가 있다고 얘기했다. 그러나 주변에 비슷한 골프 카페가 많아 차별화가 필요하다며 걱정했다.

“예전에 코스프레(의상 연출) 이벤트를 했는데, 아가씨들이‘의상 자율화’를 요구하는 바람에 지금은 평범해졌어요. 뭔가 이벤트를 만들어야 하는데….”

그렇게 도우미 골프장은 차별화 전략 마련에 고심 중이었다. 향후 또 다른 변종 골프장의 등장이 예견됐다. 18홀을 모두 마친 뒤, 비운 양주 양을 체크했다. 2/3 정도가 고스란히 남았다. 단란한 곳이라면 2병은 족히 마셨을 시간이다. 골프(운동)와 카페가 결합되니, 과음 이나 폭음은 덜했다. 남은 양주는 손님 이름으로 다음을 기약하며‘보관’됐다.

도우미 골프장은 정통(운동)보다는 퓨전(혼합)에 가까운 곳이다. 운동(골프)을 했는지, 술을 마셨는지, 아가씨와 단란하게 놀았는지…. 기자 일행이 나올 때는 늦은 밤 2시경. 카운터 한 편에는 손님 이름으로‘보관’된 양주들이 빼곡했고. 직원 아가씨가 다음에 또 보자며 현관까지 배웅을 나왔다.

내 남편도 도우미 골프장에 갈까?

스크린 골프장은 시간과 비용 등의 이유로 필드에 자주 나가지 못하는 골퍼들의 수요가 몰리고 있다. 도우미 골프장은 스크린 골프에 향락 문화를 도입한 곳. 일반 스크린 골프장과 달리 골프장 뒤에‘바’나 ‘카페’같은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도우미 골프장 측에 따르면 주 고객층은 골프를 처음 접하는 젊은 층과 다닐 만큼 다녀 본 중.장년층이 많다. 젊은 층은 호기심으로, 중.장년층은 한 발 더 나간 여흥을 위해 찾는다는 설명. 골프를 좋아하면서, 여자와 술을 좋아하면 도우미 골프장을 자주 찾을 것 같지만, 둘의 혼합이 오히려 역효과를 내기도 한다. 한 젊은 직장인은“호기심으로 한두 번 들렀을 뿐이다. 도우미가 골프를 가르쳐 주는 것도 아니고, 보통 스크린 골프장에서 친구들과 내기를 하는 게 더 집중이 된다” 고 말한다.

도우미 골프장은 단속을 피해 일반 업소로 등록된다. 기자가 찾았던 도우미 골프장의 비용
영수증에는 흔히 볼 수 있는 카페 이름으로 결제됐다. 도우미 비용은 원칙적으로 현금 결제다. 술값은 같이 간 사람들끼리 나눠서 내는 방식이 흔하다. 따라서 도우미 골프장에 가서 신용 결제를 하더라도 영수증에 큰 액수가 찍힐 일은 거의 없는 셈이다.

취재&사진_강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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