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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령화 시대 '50대 퇴출'이라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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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휴일도 휴일이고 평일도 휴일인 나날의 연속, 대낮에 집을 나서거나 엘리베이터에서 이웃을 만날까봐 겁이 나고, 집에 있어도 걸려오는 전화를 받을 수 없고 누가 벨을 눌러도 현관문을 열어줄 수 없다"는 어느 시인의 글이 있었다.

56세까지 직장에 머물러 있으면 도둑이라 해서 오륙도, 심지어 45세가 정년이라 해서 사오정이라는 말도 있는데, 우스갯소리겠지만 당사자에게는 사형선고나 마찬가지다. 50대 인구 450만명 가운데 절반이 실업 또는 준실업 상태이고, '50대 폐기' 현상으로 50대들은 자식의 대학교육이나 결혼 같은 집안일에 가장으로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해 50대 실업이 가정의 붕괴로 이어지는 일까지 있다고 한다.

그동안 우리나라 경제현장의 선봉에 서서 주말도 밤낮도 없이 일만 했던 50대, 근면하고 성실하게 일하면 평생이 보장된다고 믿었는데 어느 날 갑자기 외환위기가 눈앞에 와 있었다. 구조조정에다 벤처.정보기술(IT) 등 새로운 물결에 아무런 저항도 못하고 자리를 비워주었다.

자본주의 역사도 길고, 자원도 풍부한 선진국에서는 국가 발전에 남녀 모두가 힘을 합해 왔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대부분의 여성인력을 제외한 절반의 인력으로 국가를 이끌어 왔다고 할 수 있으니, 선진국과 어깨를 나란히 할 수 없었음은 당연한 귀결이다.

국가 발전을 위해서는 젊은 세대의 패기와 순발력, 기성 세대의 경험과 지혜가 어우러져야 함은 불문가지(不問可知)인데, '50대 퇴출'이라는 악령이 나타나 또다시 절반을 국가 대열에서 격리시키고 있다.

묻고 싶다. 50대 퇴출은 누구의 발상이고 어느 나라의 논리인가. 시간은 정지되는 것인가. 지나치게 노령화 사회를 앞당겨서 세대 간에, 국가에 무슨 실익이 있는가. 경제활동 가능 연령을 75세로 보는 추세인데 50대 이상은 그동안 무엇을 해야 하고, 할 일 없이 놀면 누가 먹여 살릴 것인가.

경험과 노하우는 하루아침에 생겨날 수 없으며 삽질에도 요령이 있다. 인적 자원을 이분법적 사고로 나눠 국가경쟁력을 저하시키는 것은 바보짓이다. 50대는 수십년 동안 쌓아온 아주 쓸 만한 지식 및 경험과 노하우를 가지고 있는데, 결코 이것을 사장시켜서도 안 되고, 이들의 남은 인생을 망가뜨려서도 안 된다. 모두가 참여해 자기 위치에서 역할을 다할 때 우리나라는 균형발전이 가능하고 국가경쟁력이 생겨 선진국으로 태어날 수 있을 것이다.

유복석 하주산업주식회사 대표이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