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할인점과 다르다'고급.차별화 시도-백화점 개성강조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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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9면

백화점 얼굴이 서로 달라지고 있다.천편일률적이던 모습에서 벗어나 개성을 가지려는 쪽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백화점은 서울에만 16개가 몰려 있고 점포로 치면 30여개,지방까지 합치면 90여개나 된다.그런데도 매장이나 상품구색은 대동소이하고 이미지도 흡사하다보니 「국화빵」백화점으로 통해왔다. 이러한 백화점들이 고유의 색깔내기로 변신에 나선 것은 무엇보다 가격파괴형 할인점의 저가공세가 자극이 됐다.가격으로 할인점과 맞서기는 어렵다고 보고 할인점의 취약점을 노린 고급화와 차별화를 서두르고 있다.
롯데와 신세계는 고급백화점 이미지를 한층 강화하는데 주력한다.할인점이나 슈퍼에서 취급하는 캔식품.소주.병맥주를 매장에서 철수시킨지 오래고 대신 특산품.해외명품.고급식품매장으로 꾸몄다.가전제품.의류매장에서도 수입품과 고가품이 주종을 이룬다.롯데는 매장을 벽지 대신 무늬원목으로 재단장했으며 신세계는 화장실을 호텔급으로 고치고 고급소파 1백여개를 매장 곳곳에 비치해 고급 분위기를 돋우고 있다.
그러면서도 롯데는 화려함을,신세계는 격조와 지성을 추구하는 쪽이다.롯데가 얼굴상품으로 내세우는 고급 자체브랜드(PB)상품인 오뜨망 여성의류는 디자인과 색상이 화려하면서 꽃무늬가 많은게 특징이다.이에 반해 신세계 PB상품인 트리니티 여성의류는 디자인이 심플하면서도 격조가 높다는 평을 듣고 있다.
롯데 고객의 연령층이 다양하게 퍼져있고 신세계는 중년여성 단골고객이 많은 편이라면 메트로미도파.쁘렝땅.유투존은 20대 신세대를,그레이스는 30대 미시족을 겨냥해 매장.상품구색을 온통여기에 맞추고 있다.
갤러리아는 생활관이 실용성을 강조하는 품목을 주로 취급하고 명품관은 고가수입품을 판매하면서 강남의 부유층을 끌어들이고 있다. 고객에 대한 서비스를 차별화하려는 움직임도 다양하게 펼쳐지고 있다.롯데.신세계.아크리스는 수선약속을 지키지 못해 다시백화점을 찾은 고객에게 교통비로 5천~1만원을 지급하고 있고 주차대행은 물론 물건을 주차장까지 날라 주는 백화점 도 늘고 있다. 롯데는 본점 지하1층에 고객편의시설을 만들면서 전동안마기를 설치하고 무료 무선전화기를 비치하는 방안을 적극 검토중이다.롯데는 또 주차장 입구에 늘씬한 몸매의 도우미가 주차카드를뽑아주면서 고객을 안내하는 서비스도 선보이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의 얼굴바꾸기 작업을 지휘하고 있는 반병오(潘柄五)점장은 『유통시장개방과 할인점 등장으로 백화점의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되고 있는만큼 차별화에 힘쓰는 백화점만이 살아남을 수 있다』면서 『매장환경.상품.서비스를 차별화하는 데 20억원의 예산을 배정해놓고 있다』고 밝혔다.
이종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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