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살인 부른 學友 괴롭히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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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같은 학교 학우 두명에게 시달려온 학생이 끝내 참지 못하고 살인에까지 이르고 말았다.살인을 저지른 학생을 결코 두둔할 수는 없지만 살인에까지 간 동기가 너무 기막히다.중학교에서 고교까지 같은 학교를 다녔던 두 학우가 가해자 朴군을 두 해에 걸쳐 괴롭혔다고 한다.최근엔 보충수업비 15만원과 청바지 한벌을빼앗아 갔다.같은날 이들은 또 朴군을 불러내 다른 옷을 가져오라고 했다.朴군이 이를 거절하자 사건현장인 화장실로 끌고가 집중 구타했다.강요에 못이긴 朴군이 심부름을 다녀오다 그들중 한학생을 가져온 칼로 현장에서 찌른 것이다.
지난해 말부터 「학교폭력 뿌리뽑자」는 캠페인을 벌여왔고,담당검사제까지 실시하면서 학원폭력추방운동을 전개하는 중에 이런 사건이 터졌으니 충격이 더욱 크다.학교폭력이란 두가지다.하나는 외부 폭력조직과 연계된 학생폭력 행위고,또 하나는 어눌한 학생을 골라 폭력을 행사하는 이른바 「학우 괴롭히기」다.앞의 폭력은 비교적 쉽게 눈에 띄지만 「괴롭히기 폭력」은 금방 드러나지않는 음성적 폭력이다.
어느 쪽이든 학교폭력은 근절돼야 마땅하지만 근절하기 어려운 것이 괴롭히기 폭력이다.피해당사자의 호소가 없이는 근절하려야 할 수가 없다.검사가 동원되고,경찰이 교문을 지켜도 근절할 수없다. 피해학생이 피해사실을 호소해오면 문제는 간단하다.보복이두렵고 자존심이 상해서인지 사실 자체를 숨기기 때문에 문제가 복잡해진다.그렇다면 방치만 할 것인가.교사가 나서야 한다.미국의 경우 수업때마다 교사는 학생들의 정신적.육체적 상 황을 점검하는게 의무화돼 있다.「멍든 곳이 없는가」「정신상태가 불안하지 않은가」「왜 자주 조는가」등을 체크해 담임이나 상담교사에게넘긴다.상담교사는 학생과의 면담을 통해 문제점을 발견한다.
잡무에 시달리는 교사에게 또 하나의 짐을 안기는 꼴이지만 괴롭히기 폭력을 학교에서 추방하는 길은 결국 교사에게 달려있다는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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