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영화배우 김선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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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요즘 영화감독들의 공통된 고민은 캐스팅이다.연기력을 갖춘 주연배우가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그러다보니 TV에서 인기절정인 탤런트를 기용하는 경우가 잦다.대개 이런 경우 1억~1억5천만원의 몸값을 지불하지만 그만한 성과를 거두는 일은 드물다.
TV라는 「온실」에서 CF라는 「화학비료」를 먹고 성장한 거품스타들의 생존방식이 사막같은 영화판에서는 뿌리를 내리지 못하기때문이다.그래서 웬만큼 연출력에 자신있는 감독들은 정서적 저변이 넓은 신인에게로 눈을 돌린다.그 런 감독들이 한번쯤 캐스팅해보고 싶은 배우 1순위에 김선재(24.사진)가 있다.그의 얼굴이 알려지기 시작한 것은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에서 문성근과 동거하는 여공으로 나오면서부터다.이때의 이미지는 『맑고 이지적이지만 약간 건조해 보인다』는게 중평.그러나 그를 본 감독들은 『화면보다 실제 얼굴이 훨씬 깊이가 있다』고 입을 모은다.특별히 떠오르는 배역이 없어 어떤 역할을 하고 싶냐고 묻자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이응경 같은 역할이라고 한다.
『사람과 잘 친해지지는 못하는데 구경하는걸 좋아해요.그런 위치에 있는 인물이 마음을 끌어요.나이나 직업이 분명하고 사회적위치가 확실해 그 역할에 충실하도록 만드는 배역은 매력이 없어보여요.일상에서 놓치기 쉬운 자잘한 감정들을 잘 표현하는 역할이 좋아요.』 약간 느슨한 생활은 현실에서도 그의 희망사항이다.인터뷰하는 말투에서도 그에게는 집착이라는게 없다.『계획요? 영화도 하고 연극도 하고,뭐… 그렇죠.』 그의 어법은 귀찮은듯하면서도 호기심에 차 있다.그 개성이 상업적 성공에 집착하지 않 으면서 영화적 관심을 지속시켜 나갈 수 있는 두둑한 밑천처럼 다가온다.
그는 지난 겨울을 러시아에서 보냈다.김응수 감독이 만든 운동권 후일담 영화 『시간은 오래 지속된다』의 촬영 때문이었다.다른 출연배우들과는 달리 학생운동과는 아무 관계도 없으면서 그는무료로 출연했다.부채의식 같은 것은 없었고 그냥 그 역할이 좋았기 때문이다.
『애인 있어요』라고 물으면 『네』라고 대답하는 배우.인기관리에 적당히 무신경한 그는 언론인 아버지의 세딸중 막내.서울예전영화과를 나왔다.
글=남재일.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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