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려라!공부] 옷걸이·두부 … 생활소재로 오감 자극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2면

김복실씨右가 연후군과 함께 모래를 묻힌 우드락에 물감을 뿌리는 ‘모래 도화지 놀이’를 하고 있다. [파주=이찬원 기자]

 유아기 자녀를 홈스쿨로 교육하는 엄마가 늘고 있다. 사교육비 부담이 만만치 않은 데다 ‘엄마 선생님’이 아이의 발달단계에 맞춰 더 잘 가르칠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2005년부터 홈스쿨로 미술·생태놀이를 해 온 ‘연후맘’ 김복실(37)씨는 인터넷 블로그(www.cyworld.com/younhoomom)에 미술놀이를 연재하면서 엄마들 사이에서 꽤나 유명해졌다. 외동아들을 유치원에 보내지 않고 홈스쿨로 미술·과학· 한글을 가르친다는 김씨를 만났다.

◆“음식물로 촉각놀이 … 두뇌 자극”=김씨는 연후가 20개월 때부터 미술놀이를 시작했다. “소수정예라 해도 놀이학교나 미술학원은 내 아이의 발달과정에 딱 맞는 놀이교육을 해주긴 어렵잖아요. ‘느림보 교육’이 오히려 아이에게 스트레스를 주지 않는다고 생각해요. 엄마가 조금만 부지런을 떨면 값비싼 사교육에 아이를 맡길 필요가 없어요.”

김씨는 두뇌와 오감을 자극하는 촉각놀이부터 시작했다. 두부·콩나물·국수 등 음식물 재료를 활용했다. 미술놀이를 할 때는 늘 음악을 켜놓았다고 한다.

아이를 유치원에 보내지 않자 주변 엄마들이 “불안하지 않느냐”고 묻지만 김씨는 그때마다 웃는다. “홈스쿨을 하면 아이의 집중력이 높아지고 성격도 차분해진다”는 게 김씨의 말이다. “매일 아침 연후에게 ‘오늘 뭐하고 놀까’ 물어요. 제가 바쁜 날엔 연후에게 놀잇감을 줍니다. 아이 혼자서 시간을 잘 보내는 것도 홈스쿨이 준 소득이죠.”

◆“그림책 연계한 놀이 효과적”=계란판 악어, 신문지 물고기, 지점토 피자, 식빵 얼굴. 김씨가 연후와 해 온 미술·생태놀이다.

김씨는 연말이면 ‘1년 놀이 계획표’를 짰다. 연후가 36개월 이전엔 미세한 손놀림이 필요한 만들기보다 두부 으깨기, 물감 찍기, 밀가루 반죽 등 대근육을 이용한 놀이를 많이 했다. 36개월 부턴 신문지 물고기, 수수깡 나무, 지점토 피자 등 소근육을 이용하는 놀이를 즐겼다.

5세 때부턴 학습 요소를 많이 넣었다. ‘수 영역 놀이’로 숫자 감각을 키우고 과학놀이도 이때 시작했다. 김씨는 “‘개미의 몸 구조’를 배우면 거리로 나가 아이가 개미를 돋보기로 관찰하며 스스로 체험하는 식으로 가르쳤다”고 말했다. 자연이 홈스쿨 보조교사가 되는 것이다. 돋보기로 강아지풀을 관찰하고 냄새를 맡은 뒤 그림도 그렸다. 과학·미술놀이를 연계시킨 ‘프로젝트 수업’이다.

김씨는 두부·신문지·옷걸이 등 생활 소품을 미술재료로 활용한다. 신문지에 비늘을 붙여 ‘신문지 물고기’를 만들고, 계란판을 자르고 색칠해 애벌레를 만들었다. 미술·생태놀이는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중요하다는 얘기다.

또 그림책과 연계해 활동하는 ‘책 놀이’를 즐기라고 제안했다. 예를 들어 동화책 『무지개 물고기』를 읽고 무지개 물고기를 만들거나 무당벌레가 주인공인 책을 읽은 뒤 종이접시와 색종이로 만들어 보면 효과적이라는 것이다.

김씨는 “계절에 맞는 미술놀이가 감성을 자극한다”며 “재료는 재활용품이나 자연에서 직접 찾는 게 좋다”고 덧붙였다. “직장맘은 아이와 놀 시간이 없다고 하지만 주말에 한 가지라도 해보세요. 아이는 엄마와 놀 때 만족감이 가장 커지니까요.”

파주=박길자 기자
사진=이찬원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