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eek& cover story] 놀라워라 600년 비경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01면

▶ "엄마, 엄마. 저기야, 저기서 소리가 났어!"
여섯살 예나가 소리칩니다. 예나가 가리킨 쪽으로 네 식구 모두 귀를 쫑긋 갖다 댑니다. 지금 예나네 식구는 창덕궁 후원 반도지 일대를 탐험 중입니다. 예나 식구들 몇발짝 뒤로 까치가 보이시나요? 여기는 1일부터 공개되지만 창덕궁 관리사무소의 도움을 받아 미리 둘러봤습니다. 사진 속 네 식구는 week& 독자모델인 예나네 식구랍니다.

여기가 어디냐고요? 서울입니다. 종로구 와룡동 1번지. 바로 창덕궁 후원입니다.

자동차 경적 소리, 악다구니 싸우는 소리. 여기선 없습니다. 까치가 종종종 따라다니고, 꿩이 물끄러미 바라봅니다. 청설모랑 다람쥐도 지척에 있습니다. 잠깐, 숨을 죽이고 귀기울여 보세요. 따르르르르. 딱따구리가 나무를 쪼고 있습니다.

창덕궁 후원이 내일부터 개방됩니다. 25년 만입니다. 이내 서울의 명소가 되리라 믿습니다. 사실 창덕궁은 이미 명소입니다. 유엔교육과학문화기구(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이라서 외국인이 유독 많이 찾습니다. 북한에서 온 손님도 경복궁보다 창덕궁을 더 자주 방문합니다. 조선조 왕의 실제 거주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창덕궁엔 지난 600년이 고스란히 있습니다. 먼지가 켜켜이 쌓인 단청만 문화재가 아닙니다. 뼈아픈 기억, 황당한 사건, 선조의 애환과 삶. 모두가 우리네 전통입니다.

전통 얘기가 나온 김에 덧붙입니다. 이번 일요일 일년에 딱 한번뿐인 종묘제례가 열립니다. 이 또한 세계문화유산입니다. 어가 행렬이 진행되는 정오쯤부터 오후 2시까지 도심 교통도 통제됩니다. 종묘제례가 뭔데 이 소란이냐고요? 종묘에 무슨 볼거리가 있느냐고요?

이번엔 제가 묻지요. 종묘가 세계문화유산이란 건 아시나요? 수많은 우리 문화재 중에서 종묘가 제일 먼저 선정된 것도요? 종묘는 1995년 그 유명한 불국사, 석굴암, 해인사 경판전이랑 같이 국내 최초로 세계문화유산이 됐답니다. 그 이유를 week&이 가르쳐 드리겠습니다.

당부 한 말씀 전합니다. 6.25 전쟁 당시 전주 이씨 종친들은 제기를 땅에 파묻은 뒤에야 피란을 떠났습니다. 최근까지 종친들은 주머니를 털어 제를 올렸습니다. 이렇게 지켜온 전통입니다. 이렇게 지켜왔기 때문에 세계도 문화유산으로 인정했습니다. 늘 소중히 대해 주십시오.

창덕궁과 종묘 관람 안내서를 보냅니다. 뒷장부터 세장이나 죽 이어집니다. 이번 주말 서울로 나들이 나오실 때 챙겨오십시오. 끝으로 인사말 전합니다. "어서 오십시오. 여기는 한양입니다."

글=손민호 기자 <ploveson@joongang.co.kr>
사진=권혁재 전문기자 <shotgu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