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올리니스트 나이즐 케네디 록앨범 "카프카" 선보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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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90년 10월 BBC심포니오케스트라의 시즌 오프닝 콘서트-.쇤베르크.베베른.베르크.불레즈등 결코 쉽지 않은 현대음악으로 점철된 프로그램이었음에도 불구하고 객석은 평소 음악회장에서 모습을 보기 힘든 청소년들로 가득찼다.협연자로 등장한 바이올리니스트는 당시 33세의 나이즐 케네디.실크 블라우스에 진홍색과 보라색이 섞인 부츠,하늘을 찌를 듯한 펑크 머리,수염을 깎지 않은 텁수룩한 얼굴에 흰색 분장을 하고 무대에 나타난 그는 베르크의 『바이올린협주곡』을 연주, 대성공을 거뒀다.
바이올린계의 「무서운 아이」로 악명(?)이 자자했던 케네디가최근 오랜 침묵을 깨고 전설적인 록기타리스트 지미 헨드릭스의 앨범을 연상하게 하는 『카프카』(EMI)를 발표했다.지난 92년 베토벤의 『바이올린협주곡』레코딩을 마지막으로 『이제 더이상연주할 클래식 레퍼토리는 없다』고 선언한지 4년만의 일이다.
케네디는 이번 음반을 제작하기 위해 록 아티스트 피터 가브리엘,그룹 「스팅」의 드럼주자 마누 카체와 함께 4개월동안 숙식을 같이 하며 작업해왔다.어릴 적부터 그의 우상이었던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도 녹음에 참여했고 케 네디는 스트라디바리우스 바이올린 뿐만 아니라 비올라.색소폰.첼로.피아노.
만돌린을 직접 연주했다.이 음반에 수록된 곡은 『아담이 이브에게』『가을 유감』『바람 속의 선율』『센강 위를 흐르는 태양』『고독』『새로운 길』등.보컬이 가미된 세 곡을 제외하면 모두 강한 비트의 록음악이다.케네디 자신이 4년동안 작곡해 온 탐색의결실들이다.이 음반은 귀를 즐겁게 하는 값싼 팝음악과 다른 독특한 세계를 보여준다.
그가 팝음악계에 뛰어든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그의 데뷔앨범에 수록된 듀크 엘링턴의 『메인리 블랙』을 시작으로 87년에 나온 전자 재즈음반 『렛 루즈』,피아니스트 피터 페팅거와의듀오 앨범 『스트라드 재즈』,스코틀랜드 출신 여 가수 케이트 부시와 녹음한 『실험Ⅳ』,폴 매카트니와의 2중주 『옛날 옛적에』를 통해 팝.재즈와의 결합을 시도해 왔던 것.그가 클래식 공연에서 들려준 앙코르는 언제나 예외없이 재즈 즉흥연주였다.다소도발적인 케네디의 음악관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사람은 다름 아닌 그의 스승 예후디 메뉴인과 재즈 바이올리니스트 스테판 그라펠리.메뉴인은 케네디에게 클래식 말고도 훌륭한 많은 음악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깨우쳐 주었다.
이장직 음악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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