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勞使개혁 어디로 가야 하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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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노사관계개혁위원회가 출범 2개월여만에 노동관계법및 제도개선의기본방향에 합의,7대 기본방향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짧은 기간중 노.사.공익대표가 한자리에 모여 개혁의 기본틀에 합의했다는사실은 한국노동운동사에 오래 남을 업적이라 평 가할 만하다.
그러나 합의한 사항들은 개혁추진의 기본방향이나 정신일 뿐이다.정작 중요한 것은 지금부터다.개혁일정에 따르면 8월말까지 법제도개선방향을 마련하고 9월초 대통령에게 보고키로 돼있다.숨가뿐 고비가 다가온 것이다.기본정신에 합의한 만큼 향후 법제도 개정과정에서도 현실성과 국익에 기초한 합리적 개혁이 단계적으로이뤄지길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왜 새 노사관계여야 하는가에 대한 기본적 인식부터 달라져야 한다.머리에 붉은 띠를 두른 혁명투사형 노동운동으로는 기업도,근로자도 살아남을 수 없다는 공감대가 형성돼야 한다.지금 세계 어디서고 우리처럼 살벌한 분위기를 자아내는 노동현장은 없다.머리 깎고 분신을 기도하는 결사항쟁식 노동운동은 이젠 이땅에서 몰아내야 한다는 각오가 서야 한다.
법개정에서도 노사간 종래 투쟁방식으로는 도저히 합의할 수 없는 문제가 수두룩하다.복수노조허용에서 정리해고제에 이르기까지 어느쪽에 섰느냐에 따라 주장과 논리가 정반대다.뜨거운 쟁점을 처리함에 있어 노개위는 어느 한편에 치중한다는 인 상을 결코 줘서는 안된다.모든 쟁점을 한꺼번에 올려놓고 현실성과 경쟁력제고란 기준에서 완급(緩急)을 가려 개정에 착수하는 신중함을 보여야 한다.
어떤 제도,어떤 법도 그 법과 제도가 생기기까진 현실적 과정과 필요성이 있었을 것이다.그 필요성이 지금도 유효한지 따져보는 검증작업이 반드시 있어야 한다.예컨대 왜 3자개입금지였던가.기업단위노조에 정치성 강한 제삼자단체가 개입해 기업과 관계없는 정치투쟁을 했기 때문에 필요했던 법이다.그런 우려가 없어졌는지,있다면 어떻게 막을 것인지 등이 검토돼야 한다.현실성과 국익,그리고 합리성을 살리면서 개혁의 완급을 가리는 지혜가 있어야 노사대화합을 창출하는 신기원을 이룩할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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