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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e] 남성 아이돌 그룹 ‘1짱’ 충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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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8면

이달 말 4집 앨범으로 1년 7개월 만에 국내 무대에 복귀하는 동방신기. [SM엔터테인먼트 제공] (왼쪽), ‘거짓말’‘하루하루’ 등 연이어 히트곡을 내며 인기몰이 중인 빅뱅. [YG엔터테인먼트 제공]

'동방신기' 가 돌아온다. 21일 시청 앞 광장에서 4집 앨범 발매 기념 미니콘서트를 한다. 국내 최고의 아이돌 그룹답게 많은 관중을 모을 것으로 예상된다.

동방신기의 국내무대 컴백은 1년 7개월 만이다. 국내 무대의 공백은 길었지만, 일본 시장에서 괄목할 만한 성과를 냈다. 외국 아티스트로서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에서 세 번이나 1위를 한 최초의 가수로 기록됐다. 선배 가수 보아의 성공 전략인 현지화를 철저히 따른 결과다.

그러나 그 사이 국내 남자 아이돌 시장은 판세가 많이 바뀌었다. 동방신기 못지 않은 출중한 그룹이 등장한 것이다. ‘빅뱅’이다. SS501 등이 동방신기와 함께 활동했지만, 사실상 동방신기의 독주였다.

빅뱅의 빠른 성장 속도는 가요계 관계자들도 인정하는 바다. 해외 지명도에서는 동방신기가 단연 앞서지만, 빅뱅은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을 히트시키며, 국내 대표 남성그룹으로 성장했다. 지난해 가을 홍대 앞 게릴라 콘서트에서 행사 통보 몇시간 만에 8000여 명의 관객을 모아 일대 교통을 마비시킨 것은 그들의 인기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동방신기의 국내무대 복귀로 남성 아이돌 시장에는 ‘동방신기 vs 빅뱅’이라는 양강 구도가 만들어지게 됐다. 빅뱅도 이르면 다음달 두 번째 정규 앨범(또는 미니앨범)을 내놓아 두 그룹의 정면충돌이 불가피해졌다.

빅뱅이 데뷔했던 2006년 동방신기는 3집 앨범 ‘오-정반합’으로 연말 가요시상식의 그랜드슬램을 달성했다. 하지만 당시 동방신기 활동의 무게 중심은 이미 일본으로 옮겨가 있었고, 빅뱅은 신인그룹이었다. 두 그룹이 제대로 맞붙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게다가 빅뱅은 동방신기와 색깔 자체가 다른 그룹이어서 이번 대결이 더욱 관심을 끈다. 빅뱅은 아이돌 시장의 고질이던 ‘따라하기’ 전략으로 만들어진 그룹이 아니다. H.O.T. vs 젝스키스, S.E.S. vs 핑클 구도가 아니라는 얘기다.

빅뱅은 소속사인 YG엔터테인먼트의 색깔대로 힙합·알앤비를 바탕으로, 대중적이면서 세련된 음악을 멤버들 스스로 만든다. 리더 지드래곤이 그 중심이다. 안무·스타일도 멤버들의 의견이 많이 반영된다. 외모도 멤버들 스스로 인정하듯 꽃미남 류와는 거리가 멀다. 

기획사가 컨셉트부터 모든 것을 컨트롤하는 기존 아이돌 그룹의 틀을 깼다는 점에서 빅뱅의 등장은 신선했다. 음악평론가 임진모씨는 “동방신기는 연역법, 빅뱅은 귀납법”이라는 말로 두 그룹을 비교했다.

동방신기는 SM의 철저한 기획과 체계적인 스타시스템의 경로를 밟으며 스타로 성장한 반면, 빅뱅은 기획사의 입김이 최소화된 상태에서 멤버들끼리 자유롭게 음악을 하다가, 대중적인 인기를 얻게 된 변칙적인 그룹이라는 설명이다.

음악도 동방신기가 전형적인 SMP 스타일(비주얼 요소와 강렬한 안무가 뒷받침된 SM표 댄스 음악)인데 반해, 빅뱅은 클럽 뮤직에 더 가깝다. 임진모씨는 “빅뱅의 음악은 고전적인 아이돌 사운드와는 다르지만, 아이돌 그룹으로 평가받는 아이러니가 있다”고 덧붙였다.

웹진 ‘이즘(IZM)’의 이대화 편집장은 “간결하고 전자음이 강조된 음악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것도 빅뱅이 급부상하는 데 도움을 줬다”고 평했다.

빅뱅의 팬클럽(30만 명 추산)은 10대뿐만 아니라 20, 30대 팬을 상당수 확보하고 있다. 동방신기 팬클럽(80만 명 추산)보다 규모는 작지만, 연령 폭은 더 넓다.

또 동방신기가 잘 다듬어진 ‘모범생’ 이미지라면, 빅뱅은 개성과 스타일이 강한 ‘프리스타일’ 이미지가 강하다. 동방신기는 데뷔 전부터 엄청난 화제를 모으며, 승승장구할 것으로 쉽게 예측됐지만, 빅뱅은 그렇지 못했다. 빅뱅이 데뷔할 때 소속사 YG의 에이스는 세븐이었다. 기획사조차도 빅뱅이 이렇게까지 성장할지 몰랐다. 빅뱅은 현재 소속사 한 해 매출의 70% 이상(지난해 기준)을 차지하는 효자로 성장했다.

동방신기가 정규앨범 위주의 활동을 하는 것에 비해, 빅뱅은 미니와 싱글 앨범을 쉴 틈없이 쏟아낸다. 동방신기는 2004년 2월 데뷔 이후 국내에서 3장의 정규앨범을 냈다. 하지만 빅뱅은 3장의 싱글앨범, 3장의 미니앨범, 1장의 정규앨범 등 모두 7장의 앨범을 발표했다.

다작(多作)을 하다 보니, ‘거짓말’ ‘바보’ 등의 곡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기도 했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빅뱅의 일부 곡이 표절 시비에 휘말리고, 부적절한 의상으로 비난을 받는 것은 기획사의 통제를 상대적으로 덜 받는 ‘방목’의 결과”라고 지적했다. 빅뱅 멤버들이 각자 솔로 활동을 하며, ‘따로 또 같이’ 활동을 하는 것도 동방신기와 다른 점이다.

동방신기는 2년 가까운 긴 공백도 부담이지만, 그 사이 많이 바뀐 대중의 귀도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원더걸스의 ‘텔미’, 빅뱅의 ‘거짓말’ 등 기존 아이돌 사운드와 다른 곡이 국민적 사랑을 받은 것은 SM 측으로서도 무시할 수 없는 ‘시장 변동 사항’이다. 

음악평론가 성우진씨는 “동방신기의 새 앨범은 기존 SMP보다는 덜 정형화된, 트렌디한 음악이 될 가능성이 크다”며 “지금껏 안 해봤던 장르나 새로운 스타일로 큰 이슈를 만들 것 같다”고 예상했다.

한편 대중음악계는 동방신기와 빅뱅의 대결 구도가 시장에 자극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한 그룹의 독주보다는 라이벌 구도가 형성되는 게 시장 규모를 넓히는 데 도움을 준다는 것이다.

음악평론가 박은석씨는 “원래 아이돌은 경쟁하며, 함께 시장을 키워가는 것”이라며 “올드보이들의 귀환 외에 뚜렷한 재료가 없는 가요계에 두 그룹 간 대결은 시장에 큰 자극을 줄 것”이라고 기대했다.

정현목 기자

모범생 동방신기

- 이수만이 이끄는 SM엔터테인먼트의 대표적인 남성그룹. 리더 유노윤호 등 5인조. 아시아를 타깃으로 결성됐다.

- 2004년 2월 데뷔해 ‘허그’ ‘라이징 선’ ‘오-정반합’ 등의 히트곡을 냈다.

- 2004년 지상파 3개 방송사 가수상을 수상했고, 2006년 연말 4개 가요 시상식의 대상을 석권했다.

- 2005년 4월 일본에 진출, 오리콘 주간 싱글 차트에서 세 차례 1위를 차지했다. 2007년 2월부터 1년 4개월간 진행한 아시아 투어에서 39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자유분방 빅뱅

- 양현석의 YG엔터테인먼트 소속 . 리더 지드래곤 등 5인조.

- 2006년 8월 데뷔해 ‘거짓말’ ‘마지막 인사’ ‘하루하루’ 등의 히트곡을 냈다.

- 2007년 골든디스크 본상, 서울 가요대상 대상을 수상했다. 같은 해 열린 Mnet·KM 뮤직페스티벌에서 올해의 노래상, 남자그룹상을 받았다. ‘거짓말’ ‘마지막 인사’ ‘올웨이스’ ‘더티 캐쉬’ 등 네 곡은 태국 MTV 인터내셔널 차트에서 1위에 올랐다.

- 올해 3월부터 3개월간 한국·일본·태국에서 열린 아시아 투어에서 총 10만 명의 관객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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