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삶의 터전이 흙탕속으로-마구잡이 매립 제주해안 신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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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10일 오전 제주국제공항에서 서북쪽으로 2㎞떨어진 제주시도두동 바닷가.10여대의 덤프트럭과 포클레인의 요란한 소음이 항공기소음과 뒤섞여 어촌의 평온함은 찾아볼 수 없다.
9만6천평방에 이르는 해안가 매립작업이 한창이다.1년6개월전의 아름답던 해안선은 트럭에서 흙과 돌더미가 쏟아질 때마다 자취를 감추고 둑을 사이에 두고 움푹 팬 웅덩이에는 누런 흙탕물이 가득하다.
우리나라의 관광보고(寶庫) 제주도 해안선이 이처럼 지자체들의택지개발등 수익사업을 위한 매립공사로 제모습을 잃어가고 있다.
그 대표적인 곳이 제주시탑동 바닷가.이곳은 86년 매립전까지만 해도 4백의 해안가에 검은 차돌(먹돌)이 깔려 있고 시민들이 소라와 해조류를 잡던 「탑바리」로 유명한 휴식공간이었다.
그러나 지금은 5만평의 상업지역으로 변하고 말았다.
제주 해안선은 국내에선 유일하게 용암이 흘러내려 형성돼 그 자체만으로 훌륭한 관광자원이다.뿐만 아니라 주민들에겐 소라와 전복.톳등 풍부한 해산물을 채취해 소득을 올리는 삶의 터전구실을 해왔다.제주도에 따르면 지난 91년이후 매립되 거나 매립이추진되고 있는 공유수면매립지는 모두 17곳.면적으로도 40만평을 넘고 있다.
제주시탑동,서귀포시서귀동과 북제주군애월1리등 일곱군데는 매립이 끝났다.제주시도두.삼양.건입동과 서귀포시서귀2.3동,북제주군함덕리등 여섯군데는 매립중에 있다.제주시용담1.외도등,북제주군애월2.동귀리등 네군데는 제주시와 북제주군이 제 주도에 매립을 신청한 상태.
대부분의 매립지는 아예 환경영향평가도 거치지 않고 있다.지자체들이 10만평방 이상만 환경영향평가를 받도록 한 법규를 빠져나가기 위해 제주시도두동 매립지(9만6천평방)처럼 규모를 조정해 매립하기 때문이다.
제주대 이정재(李定宰)교수는 『해안을 매립하는 것은 그 자체가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로 눈앞의 이익때문에 큰 재앙이나 손실을 가져올 것』이라고 지적한다.
때문에 그동안 도내 환경단체와 학계에서는 매립에 강력히 반대입장을 보여왔다.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지방재정 확충등을 이유로 앞세운 지자체들은 막무가내다.
제주시는 현재 91년말 매립이 끝난 5만평규모의 탑동매립지 외에 최근 20만평을 추가매립하는 계획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알려졌다.
제주시 양태언(梁太彦)공영개발사업소장은 『생태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 범위내에서 지역의 균형발전과 재정확충을 위해 공유수면을 매립하고 있다』고 말한다.
제주=고창범.양성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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