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호수마다 오염이 쌓인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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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6면

환경부가 조사한 전국 14개 호수에 대한 수질조사결과 주암(住岩)저수지를 제외한 13군데에서 부영양화(富營養化)가 진행중인 것으로 밝혀졌다.부영양화된 물을 농업용수로 사용하면 작물이썩는 등 피해가 일어나기 때문에 이미 전국 주요 호수의 물은 물로서의 기능을 정지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런 사태는 이미 시화호(始華湖)의 전례가 있었기 때문에 그리 놀랄 일은 아니다.놀랄 일이 있다면 전국의 호수가 오염중이라는 사실을 번연히 알면서도 그 누구도 팔을 걷어붙이고 위험을호소하지 않았다는 사실 바로 그것일 것이다.
부영양화의 정도는 흔히 질소농도로 표시하는데 제일 심한 곳이6.3㎎/ℓ를 나타낸 아산호(牙山湖)다.주변에 광대한 농업지대와 공업단지를 포용하고 있는 이 호수의 물이 썩었다면 그 피해는 장차 심각할 정도로 확대될 것이다.시화호를 되살리는데 4천억원을 투입한다는 어림도 구상중이지만 경우에 따라 아산호는 더커질 수도 있다.더구나 아산호와 삽교호 외곽을 둘러싼 또 다른거대 호수인 남양호의 존재를 염두에 두면 어떤 방식으로 아산호물을 맑게 해야 할지 문제는 자못 복잡해진다.
아산호의 오염원인은 이곳으로 흘러드는 산업폐수.생활하수.축산폐수 등을 제대로 정화하지 못하고 그대로 수용했기 때문이다.이점은 시화호와 비슷하다.단지 산업폐수 보다 생활하수.축산폐수의비중이 높을 뿐이다.전국 하수의 약 50%정도 만이 정수처리되는 현실을 감안하면 주변지역의 하수처리시설을 획기적으로 개선하지 않는한 아산호의 오염은 가속화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이번 조사에서 팔당호의 질소농도가 1.8㎎/ℓ를 기록한 것도충격이다.이 수치는 농업용수 기준 1.0,공업용수 기준 1.5를 넘어 선 것이다.수도권및 중부지방 1천5백만 주민이 먹는 식수원이 이처럼 오염됐다면 실로 특별 대책이라도 나와야 한다.
호소(湖沼)의 맑은 물 기준에서 질소농도가 차지하는 비중이 작다고 이 문제를 외면해선 안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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