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도의 42%가 교통체증 몸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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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산업의 핏줄인 도로가 몸살을 앓고 있다.
우리 경제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있는 만성적 고비용 구조도 속을 들여다보면 지나친 물류비 부담이 큰 몫을 차지하고 있는데물류난의 장본인은 바로 도로체증이다.
도로를 메우는 자동차가 「토끼 걸음」으로 늘어나고 있는데 비해 도로증가는 「거북이 걸음」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계산을 해보면 이렇다.90년 이후 자동차는 매년 1백만대 가량 늘어나고 있다.4차선 경부고속도로를 3개나 주차장으로 만들수 있는 엄청난 물량이다.
90년대 들어 도로투자는 연평균 25% 늘어났지만 감당할 수없는 수준이다.물론 80년대에 도로를 비롯한 사회간접자본(SOC)투자가 부진했던 탓도 있다.
최근 5년간 자동차는 2배로,교통량은 1.7배로 늘어났으나 도로가 교통량을 처리할 수 있는 능력(도로능력)은 20% 증가하는데 그쳤다.
이에따라 고속도로.국도상 교통애로구간(2차선 기준 교통량이 하루 8천대를 넘는 구간)은 지난 91년 1천7백70㎞였던 것이 지난해말에는 3천9백76㎞로 2.2배 수준에 달했다.
시내 도로의 애로구간을 합칠 경우 전체 국도의 42%가 애로구간이다.「도로가 곧 주차장」이란 비유를 실감나게 한다.
화물이 갈수록 「경박단소(輕薄短小)」화하고 「문앞 배달(Door to Door)」서비스가 발달함에 따라 국내 수송물량중 도로가 분담하는 비중은 오히려 절대적으로 커지고 있다(80년 81.7%→90년 90.6%).
이러니 도로가 막혀 길에 뿌리는 돈이 늘어날 수밖에 없다.도로상 물류지체비는 지난 몇년동안 한해 2조원 가량씩 늘어 지난해에는 8조6천억원에 달했다.제조업 매출액 대비 물류비용은 우리나라가 17%로 일본의 11%,미국의 7%보다 훨씬 높다.
교통개발연구원 조사결과에 따르면 지난 94년중 우리나라의 전체 물류비는 48조원으로 국내총생산(GDP)의 15.7%나 차지했다.미국의 10.5%와 비교하면 물류난이 우리나라 전체 경쟁력을 얼마나 잠식하는지 알 수 있다.이 가운데 도로수송비는 22조원,GDP의 7.2%나 된다.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도로를 더 늘리는 일이 가장 시급하다.정부도 대대적인 도로확충을 추진하고 있지만 총체적인 물류난에 항만.공항.고속철도등 굵직한 다른 국책사업들도 동시에 진행해야 할 형편이어서 사정이 그리 만 만치 않은 실정이다.
건설교통부는 오는 2010년까지 고속도로 5천5백㎞ 추가 건설,전체 고속도로 연장을 현재의 1만8천2백50㎞에서 2만3천7백50㎞로 늘릴 계획이다.2020년까지는 이 5천5백㎞ 고속도로를 포함해 남북 7개 축,동서 9개 축의 6천 1백㎞의 전국 간선고속도로가 완성된다.
국도의 경우도 현재 2천1백77㎞에 불과한 4차선도로의 비중을 2010년까지는 전체 국도의 60%수준인 7천㎞로 늘린다는방침이다.
그러나 문제는 재원이다.4차선 고속도로 1㎞를 신설하는데 드는 돈은 94년 1백5억원이었으나 올해는 1백35억원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이에 대해 최주형(崔湊炯)건교부 도로심의관은 『민자(民資)유치 도로를 늘리는 한편 현재 선진국의 60~70%에 불과한 휘발유가격을 현실화해 재원을 마련토록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이재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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