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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크홀릭 기자의 지리산 기행 ⑦ 지리산길 문화지도 그리기

중앙일보

입력

지금까지 지리산의 여러 마을들을 엄선하여 소개했다. 깊은 산 속 계곡이 흐르는 마을에서부터 해가 가장 먼저 드는 다랭이논 마을까지, 풍요롭고 독특한 산세의 매력이 그대로 묻어나는 아름답고 포근한 곳들이 아닐 수 없다. 우리 땅에 이토록 근사한 트레일 코스가 있는데 굳이 비행기까지 타고 산티아고까지 갈 필요가 있을까? 국내 정보를 잘 알지 못해서 그간 해외의 트레일 코스에 기웃거렸다면 이번 기회에 진정한 워크홀릭이 되어 지리산을 제대로 한 번 여행해 보는 건 어떨까. 지리산을 구심점으로 그 주변 마을길을 걸으며 곳곳의 명소를 직접 답사하는 것은 적어도 이 땅의 사람들에겐 최고의 경험이 될 것이다.

한 가지 제안 할 것이 있다. 여행을 하되 무심코 돌아다니지 말고 무언가 신선한 기획을 해보자는 것이다.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아무 생각 없이 쉬고 싶다면 산길 트레일 보다는 휴양지를 찾는 것이 바람직 할 것이다. 그러니 여행을 위해 혹은 걷기 위해 지리산을 찾았다면 두고두고 기억에 남을 수 있을만한 멋진 기록을 구상해보자.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단장하는 여행자들은 사진 찍는 것을 가장 좋아한다.

여기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자신만의 문화지도를 그려보는 것은 어떨까? 발걸음이 닿는 곳마다 내 시선에 들어온 것들을 직접 지도로 그려보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사진이나 메모 이상의 의미를 안겨줄 것이다. 특히 지리와 역사, 문화, 생태 공부에 관심을 보이는 자녀를 둔 학부모라면 두 팔 걷어붙이고 해볼 만한 작업이다. 지리산을 따라 걷는 길은 남원과 함양, 산청, 하동, 구례 이 다섯 곳을 모두 품고 있어서 소재가 무궁무진하다. 주제는 무엇이든 다 가능하다. 각 마을의 생활상을 관찰하고 싶다면 옻나무 공예 작업장이며 고사리를 뜯어 말리는 할머니들의 마을, 종이를 만들어 건조시키는 농가, 약초를 캐러 다니는 산촌 사람들 등등에 시선을 맞추면 된다. 사람보다 동식물에 더욱 관심이 있다면 숲 가이드의 도움을 받아 야생화를 관찰할 수 있는 여행 동선을 꾸며보자. 유물과 유적을 좇는 동선도 훌륭하다. 빛나는 역사를 품고 있는 지역이니만큼 보고 느끼고 간직할 만한 보물들이 지천이다. 다음은 소중한 문화재들을 주제로 그려본 문화지도다. 이를 참고삼아 자신만의 문화지도를 만들어보자.

트레일 동선>>> 함양군 → 산청군 → 하동군 → 구례군 → 남원시

문화재 동선>>> 함양군 : 마애여래입상 → 벽송사 ․ 서암 → 문수사
산청군 : 전구형 왕릉 → 법계사 → 대원사 → 내원사 → 산천재
하동군 : 고소성 → 쌍계사 → 칠불사
구례군 : 연곡사 → 석주관 칠의 사묘→ 운조루 → 사성암 → 매천사 →화 엄사 → 천은사
남원시 : 석장승 → 용담사 → 황산대첩비 → 백장암 → 실상사 → 약수암

문화재 설명 >>> 문헌의 자료를 참고하여 자신만의 감상 포인트를 적어보자.

마애여래입상 : 마천면 덕전리에 위치한 마애여래입상(보물 275호). 높이 5.8m의 웅장한 자태를 드러내는 마애여래입상은 통일신라시대에 만들어졌다. 얼굴은 넓고 강건하며, 꾹 다문 입은 굳은 의지와 함께 자비로운 부처의 얼굴이다. 마천 마애여래입상이 있는 곳에서 지리산을 바라다보면 여러 산의 능선이 얽힌 사이로 천왕봉이 아스라이 보인다.

벽송사 ․ 서암 : 마천면 추성리에 자리 잡은 벽송사. 벽송사입구에는 목장승 2기가 서있다. 큰 눈에 우뚝 솟은 코의 독특한 모습을 하고 있는데, 소박하면서도 위압적이며 과장스러우면서도 재미있는 장승은 빼어난 민중미학을 보여준다. ‘변강쇠전’은 벽송사 부근을 무대로 삼고 있는데, 변강쇠가 나무하기가 싫어 장승을 뽑아 땔감으로 쓰다 팔도 장승의 분노를 싸 혼이 난다는 내용이 나오기도 한다. 한국전쟁 당시에는 빨치산의 야전병원으로 이용되기도 하여, 국군과 빨치산의 교전으로 사찰이 불타고 많은 사람들이 죽었다고 한다. 벽송사 뒤편에 있는 삼층석탑(보물 474호)과 도인송, 미인송이 있다.

문수사 : 휴천면 송전리의 문수사. 신라 무열왕 659년에 마적도사가 마적사를 창건하여 불법을 전해 오다가 한국전쟁 때 불에 탔다. 이후 빈터로 있다가 1960년 지리산 영원사에서 새로 지어 지금의 모습이 되었다. 문수사 아래에는 용유담이 잘 내려다보이는 곳에 장정 20여명이 앉을 정도로 큰 너럭바위에 오래된 소나무가 멋들어지게 서 있다.

법계사: 시천면 중산리 지리산 해발 1600m의 깎아지른 절벽 위에 548년, 연기선사에 의해 세워졌다.
1380년 왜구의 방화로 불탄 이후, 일제강점기 때 일본군의 방화로 불타고, 1948년 여순사건을 겪으면서 대원사와 함께 불타는 등 수난을 겪어 왔다. 법계사에 들어서면 큰 바위 위에 우뚝 선 삼층석탑(보물 473호)을 먼저 만나게 되는데 여느 석탑과 달리 거대한 자연석을 기단으로 하여 서 있는 특이한 양식이다. 천왕봉에서 4km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대원사: 삼장면 유평리의 대원사. 해인사의 말사로 548년 창건하였다가 폐사되고 1685년 다시 절을 지어 대원암이라고 부르다 1890년에 대원사가 되었다.

내원사: 산청군 삼장면 대포리, 지리산의 장당골과 내원골 물주기가 합쳐지는 곳에 1,300여 년 전 신라 태종 무열왕 때 창건됐다. 당시에는 덕산사(德山寺)라고 했다가 내원사로 바뀌었다.

고소성: 고소산성은 하동군 악양면 평사리 지리산에서 뻗어 내려온 형제봉 중턱 해발 300m에 위치하고 있다. 둘레 800m, 높이 3.5-4.5m의 성벽으로 언제 만들어진 것인지는 정확히 전해지지 않지만, 천연의 요충지에 위치한 만큼 삼국시대에 신라와 백제가 이곳을 중심으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으리라 추측할 수 있다. 산성을 오르면 성사이로 자라난 소나무가 외롭지만 굳건하게 서 있다. 고소산성에서는 병풍처럼 둘러진 지리산 형제봉과 유유히 흐르는 섬진강, 섬진강이 끌어안은 악양땅 평사리를 내려다 볼 수 있다.

화엄사: 우리나라 화엄종을 대표하는 사찰의 하나이다. 일주문에는 ‘지리산 대화엄사’라는 현판과 함께, 지리산은 말이 없고, 칠불도 또한 설함도 없네. 이것이 무엇이냐고 물을 것도 없으니, 무심이라야 백운과 함께 하리라‘라고 쓰여 있다.

천은사:구례군 광의면 방광리에 있는 천은사는 화엄사, 쌍계사와 함께 지리산 3대 사찰 가운데 하나다. 처음에는 경내의 샘물을 마시면 정신이 맑아진다고 해서 감로사(甘露寺)였다가 조선 숙종 때 사찰을 중수하면서 천은사로 바꾸었다. 원인 모를 화재가 자주 일어나자 조선의 4대 명필의 한사람인 이광사가 ‘지리산 천은사’라는 글씨를 써서 일주문에 건 뒤로는 화재가 일어나지 않았다고 한다.

용담사: 남원시 주천면 용담리에 위치한 용담사는 백제 때 지어진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자연석으로 만든 거대한 석불입상(보물 42호)을 모시고 있다. 일주문이 아닌 시멘트 기둥의 대문 안에 석불이 있어 절이 아닌 남의 집에 들어가는 느낌이다. 고려후기에 만든 약 10m의 높은 7층 석탑이 서있는데 지붕돌이 두껍고 홀쭉한 모습이다. 고려 초기 거불상 계통을 따르고 있는 가장 우수한 작품의 하나인 석불입상은 지붕이 있는 나무집 안에 모셨지만 마모가 심한 상태이다.

실상사: 남원시 산내면 입석리에 있는 실상사는 828년에 세운 선종산문의 하나인 실상선문의 중심사찰이었다. 단일 사찰로는 가장 많은 문화재를 보유하고 있는 실상사. 사찰 내에 증각선사응료탑, 탑비9보물 38,39호), 수철화상능가보월탑, 탑비(보물 33,34호), 동서삼층쌍탑(보물 37호), 철조여래좌불(보물 41호), 실상사 부도(보물 36호), 백암사 청동은입사향로(보물420호)등이 보존되어 있다.

약수암: 산내면 입석리에 있는 약수암은 실상사의 암자로, 약수암의 보광명전에는 1782년에 제작된 목조탱화(보물 421호)가 있다. 전체 구조는 상하로 나누어 하단 중앙에 아미타불을 모시고 좌우로 2구씩 4구의 보살이 조각되어 있는데 아미타불을 제외하고는 모두 입상이다.

워크홀릭 담당기자 장치선 charity19@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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