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스트리트저널>미국 최고경영자 절반이 '컴盲'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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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3면

사무직 근로자는 모두 컴퓨터를 다룰 줄 알아야 한다는 케이스사의 새 규칙대로라면 진 피에르 로소(55)는 번듯한 일자리를구하지 못했을 것이다.그러나 로소는 이미 대규모 농장장비 제조업체를 운영하고 있다.「컴맹」인 그를 대신해 전 자우편을 관리하고 인터네트의 정보를 검색하는 비서를 둔 것이다.
개인용 컴퓨터(PC)가 널리 보급되고 전세계를 잇는 컴퓨터 네트워크가 눈부시게 확산되고 있건만 미국 최고경영자(CEO)중절반 정도는 아직도 직무에 컴퓨터를 활용하지 않는 것으로 전문가들은 추정하고 있다.이들은 경영자들이 컴퓨터를 다룰 줄 몰라생산성이 떨어질 수 있고 회사의 상황을 한눈에 꿰뚫어보지 못하게 될 수도 있다고 지적한다.
최고경영자들의 컴퓨터 문맹률은 대체로 세대간 격차를 반영한다.나이든 임원치고 타자치는 것을 배워본 사람은 거의 없다.
뉴욕소재 광고회사인 도레무스사가 최근 2백45명의 최고경영자와 고급 간부를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미국내 45세 이상의 최고경영자중 5분의 1은 책상에 아예 PC조차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일본에선 많은 간부들이 아직도 PC 를 비서들의장난감 정도로 치부하고 있고,다른 아시아 국가의 고위 경영자들은 키보드를 거의 두드리지 않고 회사를 경영한다.
마닐라에 본부를 두고 있는 컨설팅회사 SGV그룹의 회장으로 있다가 지난주 은퇴한 워싱턴 시십은 그 이유를 이렇게 설명한다.『정보를 얻는 방법을 배우는 것이 시간낭비라는 생각이 든다.
차라리 누군가 정보를 찾아 넘겨주는게 훨씬 빠르다 .』 보트 제조업체인 아웃보드 마린사의 통신부장 로널드 퀴켄달은 『전화를걸거나 내려가서 직접 대화하는 것이 더 편해 PC를 이용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런 반면 일부 경영자들은 7천달러를 내고 4일간의 컴퓨터교육 캠프에 참가하는등 자신들의 무지를 깨치기 위해 애쓰기도 한다.덴버의 기성복 업체인 밀러 인터내셔널사의 마빈 레비회장도 지난 89년 취임 당시 컴맹에 가까웠으나 지금은 하루 두시간은컴퓨터에 매달려 있다.그는 『컴퓨터에 대한 실질적인 지식없이 CEO가 된 사람은 내가 마지막일 것』이라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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