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걸린 새해예산 벌써 신경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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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경제가 위기다」「아니다」를 둘러싼 논란이 뜨거운 가운데 여야가 97년도 정부예산을 둘러싸고 벌써부터 날카로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한데 그 모양새가 과거와 좀 다르다.신한국당은 영세민을 위한복지부문의 대폭 확대를 주장하고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지금이 어느 땐데 그런 안이한 정책을 펴려 하느냐』고 펄쩍 뛴다.야당은 『지금 우리 경제에 가장 필요한건 기업의 경 쟁력을 높이는것』이라고 이구동성이다.아무래도 여야가 뒤바뀐 모습이다.
그런 경제논리의 뒤편엔 물론 정치적 복선이 깔려있다.내년에 치러질 대통령선거다.여당으로선 표를 의식해서라도 선심을 베풀어야 할 입장이다.야당도 『당장은 고통스럽더라도 근본적인 구조조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속으로는 여당의 내 년 대선용 선심을 견제하기 위한 속셈임은 말할 것도 없다.자민련 허남훈(許南薰)정책위의장은 3일 자료까지 만들어 정부.여당을 신랄히 비판했다.許의장은 『여당이 국민들에게는 허리띠를 졸라매라고 강요하면서 내년 예산규모를 올해보다 14 .8% 증가한 72조3천여억원으로 잠정 편성하는등 선거에만 연연하고 있다』며 『물가상승을 부채질하고 경제가 멍들 것이 뻔하므로 무슨 수를 써서라도 막겠다』고 말했다.
그는 『정부.여당이 근로자와 중소기업의 소득세및 법인세를 낮춰주겠다고 공약해 세금수입이 감소할게 뻔한데 재원을 어디서 확보하느냐』며 『국내 주력기업들이 고물가.고금리 때문에 경쟁력을잃고 어쩔 수 없이 해외로 옮겨가는 마당인데 도 대체 경제를 생각하는거냐 안하는거냐』며 강력히 비판했다.
국민회의도 마찬가지다.이해찬(李海瓚)정책위의장은 『기업경쟁력강화가 예산편성의 최우선 순위』라고 주장했다.
李의장은 『부가가치를 높이는 창의산업과 중화학산업에 집중 투자해 경제구조 자체를 바꾸지 못하면 특정 정권이 문제가 아니라우리 경제 자체가 파탄지경에 빠진다』며 『지방자치단체장들도 너도 나도 복지예산의 대폭 증액을 요구하고 있는데 정부마저 이 장단에 춤추면 절대 안된다』고 주장했다.
국민회의와 자민련이 경제문제에 대해 오랜만에 인식을 공유한 셈인데 두 야당은 서로 공조해 팽창예산을 끝까지 물고 늘어진다는 방침이다.야당으로선 명분(국가경쟁력 강화)도 있고 실리(여당의 선심예산 저지)도 챙길 수 있다는 계산 같다 .
정부측도 내심 「긴축예산」을 원하는 눈치다.신한국당과의 당정회의에선 정부측이 『세수(稅收)감소로 긴축예산이 불가피하다』는입장을 피력했다.이에대해 신한국당은 『민생사업을 양보할 수 없다.정부예산과 인력을 절감하면 재원은 확보된다』 는 입장이다.
국가예산은 언제나 여야의 「뜨거운 감자」였다.그리고 97년도 예산안 공방은 경제위기론에다 대선을 앞둔 여야의 대립까지 겹쳐훨씬 일찍부터 더욱 뜨겁게 달아오를 전망이다.
김종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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