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줌업>"옥수동에 서면..." 열연 연극배우 전현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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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1면

『한강이 내려다 보이는 옥수동 둥지위에서 가슴에 꼭 한마디 새겨두고서….』밤무대 삼류가수 「조미령」의 구성진 노랫소리가 흘러나오면 객석엔 푸근함이 감돈다.꿈꾸듯 감미로운 이 트로트가끝나자 박수가 터져 나오고 「저 배우가 누구지」「가수 아니야」란 수군거림이 들려온다.
대학로 인간소극장에서 공연중인 『옥수동에 서면 압구정동이 보인다』의 한 장면.탤런트겸 연극배우인 전현아의 열창이 연일 이어진다.이제는 평범한 열쇠장수로 살아가는 전설의 도박귀신 「번개손」의 옥수동 판잣집에서 펼쳐지는 사랑얘기를 그 린 이 작품에서 그가 맡은 역은 밤무대 가수다.
『가진것 없는 이들의 얘기예요.70년대의 옥수동 판잣집은 압구정동의 화려함이 곧바로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죠.가진 사람들의웃음을 눈물로 지켜보는 서민들의 삶을 건강하게 그려보고 싶었어요.』 동국대 연극영화과 2학년이던 93년 뮤지컬 『님을 찾는하늘소리』로 데뷔한 그는 중견 연극인 전무송씨의 딸이기도 하다.데뷔때부터 연극계의 대표적 음치로 소문난 전씨와는 정반대의 뛰어난 노래솜씨로 주목을 끌었다.그간 탤런트로 여러편 의 드라마에 출연했지만 아직은 연극무대가 더 끌린다.
『뮤지컬도 해보고 싶고 완전히 나를 잊고 몰입할 수 있는 정통극도 해보고 싶어요.』 배우라면 당연히 「전천후 연기자」가 목표 아니겠느냐며 속내를 털어놓는다.늘씬한 몸매와 춤.노래솜씨,그리고 연기력,3박자를 갖춘 흔치 않은 배우라 뮤지컬에 안성맞춤이란 주위의 평에 만족하지 못하고 『정통극도 잘한다』는 얘기를 듣고 싶다는 욕심을 숨기지 않는다.
시작할땐 아버지의 그늘을 벗어나는게 목표였다.지금은 아버지를뛰어넘는 연기자로 목표를 수정했다.「전현아의 아버지 전무송」으로 불리게 될 날,그날 그는 아버지를 부둥켜안고 실컷 울어버릴생각이다.기왕 아버지의 직업을 이었으면 아버지 를 넘어서는게 효도라고 믿기 때문이다.
글=이정재.사진=오동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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