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들 한숨짓는 소리 듣고 있다 … 믿고 힘모아 달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4면

베이징 올림픽 불자 선수단 환영법회가 9일 서울 조계사 에서 열렸다. 지관 총무원장이 태권도 금메달리스트 손태진 선수에게 격려패를 전달하며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9일 밤 전국에 100분간 생중계된 ‘대통령과의 대화-질문 있습니다’는 취임 이후 이명박 대통령이 국민들과 직접 대화를 나누는 형식의 첫 무대였다. 원형의 하얀색 무대엔 이 대통령과 사회자인 정은아 아나운서의 자리만 마련됐다. 무대 밖에 앉은 국민 패널과 전문가 패널들이 이 대통령에게 질문을 쏟아내는 형식이었다.

방점은 역시 경제 문제에 찍혔다. 이 대통령은 자신에게 주어진 100분을 경제 살리기에 대한 비전을 밝히고, 자신의 견해를 담담히 밝히는 장으로 활용하려 했다. 거창한 담론이나 정치적인 큰 그림을 천명하는 웅변가 스타일이라기보다 국민들이 궁금해하는 주제를 해설하는 강연형 스타일이었다. 이 대통령은 취임 6개월 동안 빚어진 시행착오를 인정하며 말문을 뗐다.

모두발언에서 이 대통령은 “경제를 살려달라고 대통령 뽑아줬더니 도대체 언제나 형편이 나아질지 모르겠다고 한숨짓는 소리를 듣고 있다”면서 “국민들의 심정을 잘 알고 있다”고 말했다. “나름 열심히 한다고 했지만, 국민들은 답답한 일이 많았다” “저 자신의 평가와 국민들의 평가와 차이가 없다”고 소회를 밝혔다.

경제 위기설에 대해선 “과거 IMF 같은 위기를 맞아 경제 파탄을 맞을 일은 결코 없다”는 강도 높은 표현으로 부인했다. 또 “경제 살리겠다는 약속을 단 하루도 잊은 적이 없다. 반드시 약속을 지키겠다”고 목청을 높였다.


이 대통령은 민감한 질문이 쏟아질 때면 농담으로 딱딱한 분위기를 부드럽게 바꾸며 돌발질문에 대한 순발력을 보였다. 촛불집회에 참여했다는 여대생이 “민심을 강제력으로 다스리려 하면 제2의 촛불시위가 일어날 것”이라고 하자 이 대통령은 “무섭습니다. 협박을 하시는데 (촛불집회에) 참여만 했고, 주동한 것은 아니시죠?”라고 말했다. 대화 중반 ‘농촌이 살기 힘들다. 농촌을 이대로 놓아둘 것인가’라는 농어촌 관련 질문이 나오자 “농촌 문제가 나오니 열이 난다. 서서 답변하겠다”며 벌떡 일어서 답변을 시작했고, 생방송이 끝날 때까지 자리에 다시 앉지 않았다.

청와대에선 어느 곳에서 생산된 쇠고기를 먹느냐는 질문엔 지난 8월 부시 미국 대통령의 방문을 거론하며 “부시 대통령에게 한우와 미국산 쇠고기를 모두 내놓으며 어떤 것을 먹는지 살펴봤더니 우리 한우를 많이 먹더라. 그래서 난 미안해서 미국산을 더 많이 먹었다”고 설명했다.

사회자인 정은아 아나운서가 ‘주변에 쓴소리를 하는 사람들이 있느냐’고 묻자 이 대통령은 “집에 가면 집사람이 쓴소리를 하고, 수석 중에도 쓴소리하는 사람이 있다. 또 장관들은 모두 대통령에게 고분고분할 줄 알았더니 ‘그러면 안 된다’고 불쑥불쑥 이야기를 하더라”며 “난 단 소리가 도움이 안 되는 것 잘 알고, 쓴소리가 더 필요하다는 것도 잘 안다”고 했다.

가난한 고학생에서 대통령으로 성장한 성공신화의 주인공답게 자신의 파란만장한 경험에 기반한 얘기들도 다양하게 등장했다.

황학동 인력시장에서 일용직 근로자로 일했던 경험을 소개하며 비정규직 노동자의 애환을 이야기했다. 또 “나도 학생 때 학생회장 하면서 데모를 했다. 당시 외국자본 들어오지 말라고 막았던 것은 나중에 생각하니 부끄럽더라”고 경험담을 소개하며 준법시위의 중요성을 강조하기도 했다.

마무리 발언은 선진 일류국가 달성을 위한 국민적인 통합을 강조하는 데 할애했다. 그는 “저의 이 손은 평생 일로 굳어진 손이다. 국민을 위해 일하고자 대통령이 됐다”며 “다시 한번 저를 믿고 힘을 모아달라”고 목청을 높였다.

서승욱 기자

[J-HOT]

"김정일 반신불수… 의식은 있어"

상대방 안가리고 엽색행각 소문난 총각국왕

진기한 '돌고래 장례식' 동해서 세계 첫 촬영

농대 졸업생 연봉 7000만원, 축산학과는 억대

李대통령, TV대화 뒤풀이…생맥 한턱 쐈다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