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광우병위험성 은폐의혹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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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유럽연합(EU)집행위가 지난 6년간 광우병의 위험성을 고의적으로 은폐해왔다는 의혹이 제기돼 심각한 파문이 일고 있다.
광우병 확산이 우려되던 지난 90년 EU집행위 산하 수의학분과위가 이 괴질과 관련된 일체의 진상을 숨기기로 결정했다는게 의혹의 골자다.
이같은 의혹이 번지게 된 것은 지난달 30일 프랑스 주르날 드 디망쉬지가 입수.보도한 비밀문건 때문이었다.
이 문건에는 분과위 소속 수의학자들이 광우병 파동에 따른 각종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관련 실태를 축소.은폐키로 합의했었으며 『영국측에 광우병 관련 연구결과및 실태조사를 외부에 발표하지 말도록 이미 촉구한 바 있다』는 내용등을 담고 있다.
이같은 의혹이 제기되자 광우병의 최대피해자인 영국에서는 즉각특별청문회를 개최해야 한다는 거센 여론이 일고 있다.
영국측은 이 문건대로라면 광우병 확산의 주범격인 수의학분과위가 어떻게 영국 농민들의 생존을 위협하는 쇠고기 금수조치를 내릴 수 있느냐며 크게 흥분하고 있다.
특히 보수당내 반유럽통합파는 『폭로내용이 사실이라면 유독 영국에서만 광우병 발생사례가 집중 보고된 것도 이곳 목축업자들과당국이 정직했다는 말밖에 되지 않는다』고 성토하고 있다 이에 대해 EU집행위측은 2일 일단 『문건의 내용이 전혀 사실과 다르다』는 부인성명을 발표하는 한편 자크 상테르위원장이 『특별조사팀을 구성,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며 영국측을 무마하고 있다.
그러나 이 의혹이 사실로 밝혀질 경우 EU집행위의 도덕성이 치명타를 입을 뿐만 아니라 영국과 EU간 갈등의 골은 더욱 깊어질 것으로 여겨진다.
런던=남정호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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