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풍참사로 비운에 간 장애인 큰딸에 통한의 편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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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오늘(29일)은 온 국민을 충격과 슬픔으로 내몰았던 삼풍백화점이 무너진지 꼭 1년이 되는 날.사고로 가족을 잃은 사람들은기억조차 하기 싫은 날이다.더욱이 꽃다운 나이의 딸 셋을 모두가슴에 묻은 정광진(丁廣鎭.59)변호사의 비애 (悲哀)는 우리가 쉽게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1년전의 악몽을 뒤로 하고 丁변호사가 세상을 달리한 딸들,그중 장녀 윤민(允敏.당시 29세)씨에게 통한의 편지 「나의 큰딸 윤민이」를 띄웠다.
『우리는 딸 셋을 잃은 것이 아니라 인생을 송두리째 잃어버렸습니다.…윤민이는 우리 가족의 중심이었고 최고의 가치였습니다.
』 丁변호사가 큰딸에게 유달리 그리움을 보내는 까닭은 윤민씨의안타까운 운명 때문.
초등학교 4년의 어린 나이에 망막뒤의 실핏줄이 터지는 「코트씨 병」으로 실명한 딸이 장애를 딛고 맹인중.고교 교사로 새삶을 꾸린지 불과 1년도 안돼 사고가 났다.윤민씨는 단국대 특수교육학과를 나와 91년 미국 버클리대 대학원에 유 학,전과목 「A」학점이라는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늘 바라던 맹인학교 교사가 됐다.
이같은 사연은 윤민씨가 유학시절 다녔던 버클리 침례교회 노원길 목사의 부인 노연희씨가 펴낸 추모문집 『나의 사랑,나의 생명,나의 예수님』(진흙刊)에 담겨 있다.丁변호사의 애끓는 마음은 물론 미국유학부터 고국에서의 짧은 생활까지 윤 민씨의 마지막 4년의 삶이 친지들의 기억으로 소박하게 전해진다.
이제 丁변호사도 마냥 슬퍼하지 않는다.『윤민이는 이 아빠가 교회에 나가는 것을 기쁘게 바라보고 있을 것입니다.우리 내외는먼저 간 세딸을 가슴에 품고 그 아이들의 곧고 깨끗하고 따뜻한성품을 기리면서 살아갈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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