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그라지는 위기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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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이 ‘9월 위기설’에서 벗어나 빠르게 안정을 찾아가고 있다.

8일 코스피지수는 연중 최대 상승폭을 보였고, 원-달러 환율도 10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미국 정부가 파산 위기에 몰린 모기지 업체에 사상 최대인 2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기로 하면서 국제 금융시장의 불안이 진정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코스피지수는 지난 주말보다 72.27포인트(5.15%) 급등한 1476.65로 거래를 마쳤다. 지수 상승폭으로 올 들어 최대치이자 역대 셋째 기록이다. 증시가 급등세를 보이면서 이날 오후 올 들어 두 번째로 사이드카가 발동되기도 했다. 사이드카는 선물 지수가 전날보다 5% 이상 오르거나 내린 상태가 1분 이상 지속될 경우 프로그램 호가를 일시 정지시키는 제도다. 코스닥지수도 17.47포인트(3.95%) 상승한 459.42를 기록했다.

환율은 크게 떨어지며 원화 값도 회복세를 이어갔다. 이날 서울 외환시장에서 원-달러 환율은 지난 주말보다 36.4원 폭락한 1081.4원으로 마감됐다. 이날 하락 폭은 1998년 4월 이후 최대치다.

지난달 말 이후 급등세를 보이던 원-달러 환율은 최근 3거래일간 67원 하락했다. 그간 국내 주식을 팔고 달러로 바꿔나가던 외국인들이 증시에서 매수세로 돌아서며 달러 수요는 한풀 꺾였다. 또 환율이 하락하자 수출업체도 보유 달러를 내놓기 시작했다.

시장이 안정을 찾으면서 금리도 떨어졌다. 5년 만기 국고채 금리는 0.04%포인트 내린 연 5.84%로 마감됐다.

앞서 미국 재무부는 주택시장 침체로 위기에 빠진 모기지 업체 패니메이와 프레디맥에 각각 최대 1000억 달러씩, 총 2000억 달러의 구제금융을 투입하겠다고 밝혔다. 미국 정부는 두 업체에 단기 자금을 지원하는 한편 채권시장에서 이들 업체가 발행한 유동화증권(MBS)도 사들여 시장 불안을 해소하겠다는 계획이다.

미국발 훈풍에 외국인들이 국내 채권에 투자한 자금을 일시에 빼갈 것이라는 이른바 ‘9월 위기설’도 사그라지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이달 들어 외국인들은 국내 시장에서 모두 1조2000억원어치 국채를 순매수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광우 금융위원장은 “9월 위기설은 시장의 불안 심리가 증폭되면서 일어난 과민 반응”이라며 “위기설은 이미 종지부를 찍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미국 주택시장의 침체 등 근본적인 불안 요인이 여전한 만큼 낙관은 이르다는 지적도 적지 않다. 권순우 삼성경제연구소 거시경제실장은 “단기적으로 금융시장을 안정시키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서브 프라임 모기지(비우량 주택담보대출) 사태가 여전히 진행 중인 점을 감안하면 안정 국면이 지속될 것으로 속단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조민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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