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자여행>高枕無優-아무 근심걱정이 없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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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5면

풍환(馮驩)은 춘추시대 제(齊)나라 맹상군(孟嘗君)의 식객(食客)이었다.당시 맹상군은 3천 식객을 부양하기 위해 설(薛.
현재의 山東省 동남지방)지방에서 돈놀이하고 있었는데 채무자들이빚갚을 생각을 하지 않자 풍환이 빚을 받아오겠다 며 자청해 나섰다. 그러나 그는 소를 잡고 잔치를 벌여 채무자들을 배불리 먹인 다음 계약서를 몽땅 불태우고 돌아왔다.맹상군은 깜짝 놀랐다.후에 맹상군이 상국(相國)의 직위를 박탈당하고 설에 잠시 머무르게 되었는데 주민들의 환영은 상상을 초월했다.이때 풍환이말했다. 『교활한 토끼는 구멍을 세개나 뚫지요(狡兎三窟).지금경은 한개의 굴을 뚫었을 뿐입니다.따라서 아직 高枕無憂(베개를높이 베고 아무 근심 걱정없이 잠을 잠)하기는 이릅니다.나머지두개의 굴도 뚫어드리지요.』 그래서 맹상군을 위해 양혜왕(梁惠王)을 설득,양혜왕이 금은보화를 준비해 세번이나 맹상군을 불렀지만 그 때마다 풍환은 응하지 말 것을 은밀히 권했다.이 사실을 안 제왕(齊王)은 그제서야 맹상군의 진가를 알아차리고는 그를 상국 직위에 복직시켜 주었다.두번째의 굴이 완성된 셈이다.
후에 풍환은 다시 맹상군을 시켜 설에 종묘(宗廟)를 짓게 해설의 안전을 도모하도록 했다.종묘가 완성되자 풍환이 말했다.
『이제 세개의 굴이 모두 완성된 셈입니다.경께서는 비로소 베개를 높이 베고 즐기실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정석원 (한양대 중문과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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