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초점>개정 비디오법 무엇이 문제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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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43면

지난 7일 발효된 개정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이 독립영화단체 푸른영상 대표 김동원씨 구속사건을 계기로 다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난 7일 서울대학교 문화관에서는 음반의 사전심의 폐지를 기념하기 위한 공연이 열렸다.같은 날 발효된 음반및 비디오물에 관한 법률(이하 음비법)에서 사전심의 조항이 사라진 것을 기념하는 행사였다.
이날 행사에는 음악인들뿐만 아니라 영화인등 각계 문화인들이 참석해 진일보한 우리사회의 문화수준을 자축했다.
그러나 축제분위기는 1주일을 넘기지 못했다.
14일 노량진경찰서는 기록영화 제작단체인 푸른영상의 대표 김동원씨를 긴급구속하고 비디오 테이프 1천여개와 기자재를 압수했다. 혐의는 음비법 제25조1호.3호,제26조 위반으로 문체부에 등록을 하지않은 단체가 심의도 받지 않고 비디오물을 제작.
판매했다는 것.
현행 음비법은 문체부에 제작업 등록을 해야하고 판매나 배포전에 공륜의 사전심의를 받도록 돼 있다.
그러나 영리를 목적으로 한 「업」이 아닌 경우는 등록을 면제해 주는 예외규정을 두고 있다.
푸른영상은 91년 다섯명의 제작자들이 모여 설립한 이후 지금까지 『우리는 전사가 아니다』『분단을 넘어선 사람들』『미디어 숲속의 사람들』등 23편의 비디오물을 제작한 독립영화단체.
1백87명의 회원이 내는 연회비(1년에 15만원)로 비디오물을 제작해 회원들에게 나눠 주고 직접 찾아오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일부 원가판매하는 방식으로 운영해 왔다.
경찰은 이같은 운영방식에 대해 『회원제도 간접 판매행위고 더구나 회원이 아닌 사람들에게 판매행위를 한 것은 영업으로 볼 수밖에 없기 때문에 엄연히 실정법 위반』이라는 입장이다.
그러나 푸른영상측의 입장은 다르다.우선 영리를 목적으로 비디오물을 제작하지 않았기 때문에 문체부에 등록할 의무가 없다는 것이다. 또 등록된 단체가 아니면 공륜에서 신청을 받아주지 않는데 어떻게 심의를 받느냐고 반문한다.
이 문제에 대한 논란은 법원이 16일 김동원씨에 대한 검찰의구속영장을 기각함으로써 일단 진정됐다.
그러나 이 사건을 계기로 음비법 몇몇 조항의 위헌여부가 다시논란거리로 떠오르면서 문화계에서는 독소조항을 철폐하기 위한 운동이 거세게 전개될 조짐이다.
푸른영상등 8개 독립영화단체로 구성된 민예총 영화위원회는 15일 대책위원회를 구성하고 『7일 발효된 음비법은 음반에 관해서는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지만 비디오부분은 오히려 개악됐다』며 『비디오 관련 독소조항을 철폐하기 위한 운동을 범문화계 차원에서 벌여 나가겠다』고 밝혔다.
***등록면제 별도 조항 필요 현행 음비법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은 문체부 등록에 필요한 시설요건.
음비법은 음란비디오물등 불법 복제비디오의 제작.유통을 차단하는 방안으로 비디오물 제작업의 시설요건을 규정하고 있는데,업자들에 따르면 대략 3억원정도의 설비비가 필요하다.
***사회비판 견제 악용 우려 그래서 영세한 독립영화단체들은등록을 하고 싶어도 못하게 돼 있다.때문에 영리목적이 아닌 단체에 대해서는 등록을 면제해주는 별도조항이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그러나 현행 음비법은 예외규정의 적용을 받는 경우가 극히 한정적으로 명시돼 있어 문제다.
또 한가지 논란거리는 공륜의 사전심의 문제다.
영화와 마찬가지로 사전심의가 기본적으로 검열의 성격이 강해 위헌소지가 있기 때문이다.
이 문제는 현재 헌법재판소의 위헌여부 판결을 기다리는 영화의사전심의 문제와 연계돼 있다.
대책위가 가장 문제로 삼고 있는 것은 등록의무조항.
대책위는『등록조항은 음란물 제작.유통 차단을 가장 큰 명분으로 내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영세한 사회비판 독립영화단체를 견제하려는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는 경우도 많다』며 『음란 비디오물이 유통되는 경로를 차단하는 것은 심의만으로 충분하지 않느냐』고 반문한다.
***대책위서 서명운동등 계획 대책위는 이번 가을 정기국회를겨냥해 거리에서의 비디오 상영.서명운동.배지달기등의 운동을 전개할 계획이다.
이에 따라 가요와 영화에 이어 비디오에서도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규정에 대한 위헌논란이 한동안 뜨거울 것으로 전망된다.
남재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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